[새 대입제도 성공하려면…] 下. '과목별 교실' 운영 등 교과과정 다양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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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입제도는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사교육 과열의 원인으로 지적돼온 수능을 등급제로 바꿨고 내신 신뢰를 높이려 상대평가를 다시 도입했다. 학교만 제대로 다니면 대학 가는 데 지장 없게 하자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고교 교육이 충실해져야 한다. 교사들은 교과 과정을 충실히 가르치고 평가해야 하며 독서 등 비교과 영역에도 신경 써야 한다.

◆ 수업의 질 높여야=새 제도 아래서는 내신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에서 높은 등급을 따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하지만 원점수가 그대로 기재되는 내신을 게을리할 수 없다. 배화여고 이철희 진학지도부장은 "지금까지는 수능 공부 따로, 학교 공부 따로였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 학교 공부가 수능까지 이어지는 데다 교사도 소신껏 평가할 것이므로 학교 수업에 좀더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업만 충실히 들으면 대입 준비를 따로 안 해도 될지는 미지수다. 고교.교사별로 수업의 질이나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는 내신.수능.논술 등 사교육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런 우려를 막으려면 교사 능력을 평가하는 '교원 평가'와 교사가 수업.평가를 책임지는 '교사별 평가'가 조기에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비교과 영역 살려야=새 학생부 표기방식은 '내신 부풀리기'를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학교별 학력 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우수 학생을 뽑으려는 일부 대학이 내신.수능 비중을 모두 줄이고 사실상의 본고사를 시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사립고교 연구부장은 "독서관리나 수행평가 등 비교과 영역을 충실히 기록해 학생 개개인의 자질과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별로 특색 있는 교과 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학교마다 특정 교과나 분야에 강점을 갖출 수 있다면 동일한 교과 과정을 전제로 하는 고교별 학력 격차 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6년 심화선택과목 이수인정제(AP제도)를 일선 고교에 도입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대학들이 원하는 AP(Advanced Placement)과목을 제대로 갖추고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고교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 교사 역할 절대적=비교과 영역을 강화하고 교과 과정을 다양화하는 것은 일선 고교나 교사들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교육여건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져야 한다. 교육부는 대입 개선안을 확정하면서 교원 수를 늘리고 '교과 교실'(영어.수학 등 과목별로 교실을 따로 두고 학생들이 그곳에 찾아가 수업받는 방식)을 확충하는 등 교육여건 개선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사들 스스로 강화된 역할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강모(43.서울 송파구 가락동)씨는 "내신 비율을 높인다고 학교 수업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어떻게 교사의 질을 높일지에 대한 계획이 나와야 진짜 학교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녕.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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