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강소기업에 배운다] 6. 중국 강소기업의 산실 '대학벤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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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의 기술형 강소기업은 거의 대학들이 이끈다. 이들은 중국어로 '샤오판(校辦)기업'이라 불린다.

칭화(淸華)대가 설립한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인 칭화대기업그룹 롱용린(榮泳霖) 회장은 "중국 대학벤처들은 기존의 거대 국영기업들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며 "정부도 이들 대학 벤처에 거는 기대가 크고 연구개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일부 기업은 벤처 수준이 아니라 대기업 수준으로 덩치가 크다. 칭화대.푸단대.베이징대 등 유명 대학들은 자체 설립한 기업들을 묶어 그룹을 만들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48개 대학에 사이언스 파크를 만들수 있는 개발 허가권을 줬다. 지난해엔 사이언스 파크 개발구만 43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많아지자 일제 정리작업까지 했다고 한다.

대학이 직접 기업경영에 나서다가 최근에는 경영의 효율을 꾀하기 위해 경영은 전문경영자에게 맡기고,대학은 지주회사를 통해 주식을 소유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교육부 과학발전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609개 대학이 4839개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826여억 위안(약 11조원)이었다.

돈을 잘 버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카피'제품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과학기술을 갖춘 기술형 대학벤처가 벌어들인 돈이 전체의 80.8%를 차지할 정도다. 한국산업기술재단 김갑수 박사는 "일반 국영기업들의 낮은 기술 수준을 대학 강소기업들이 보충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강세에는 중국의 강력한 해외인재 유치 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개혁개방 정책 이후 미국 등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난 우수 중국 인재는 모두 58만명에 이른다. 이중 18만여명이 이미 돌아와 중국에 자리를 잡았다.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홍성범 센터장은 "중국의 똑똑한 이공계 학생들의 졸업 후 1순위 희망사항은 창업"이라고 말했다. 2순위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취업이고, 3순위가 중국 대기업 취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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