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모성보호법 연기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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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자민련.민국당 등 3여(與)가 모성(母性)보호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되 시행은 2년 늦추기로 한 것은 "여성.노동계와 재계의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짜낸 고육책" 이라고 민주당 관계자는 24일 말했다.

그동안 여성.노동계는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노동력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고, 재계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 부담을 늘린다" 며 치열한 찬반논쟁을 벌여 왔다. 법안의 골자는 ▶여성 근로자 출산휴가 확대(현행 60일→90일)▶육아휴직 급여 정액 지급▶태아검진 휴가 및 유산(流産).사산(死産)휴가 신설 등이다.

◇ "어느쪽 손도 들어주기 어려워" =민주당의 연기방침엔 '지방선거→대선' 으로 이어질 내년도 정치 일정상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개정안의 즉각 시행에서 오는 재계의 부담도 일정 부분 덜어주고, 여성계엔 '법 개정' 을 보장해주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민주당으로선 '소요재원 마련' 이라는 난제(難題)를 일단 피할 수 있게 됐고, 법 개정에 강력히 반대해온 공조여당 자민련의 얼굴도 세워줄 수 있는 안이다.

반면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여권의 결정에 대해 "2년 후 시행할 법을 왜 지금 통과시키려 하느냐. 2년 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 줄 아느냐" 며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법 개정' 찬성론의 우세 속에 일부 의원의 반대로 뚜렷한 당론을 도출치 못한 상태.

때문에 정치권에선 연기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여성계.재계 반응=한국여성단체연합의 김기선미 정책부장은 "정부는 7월 시행을 전제로 준비해 왔는데, 경총의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주장에 흔들리고 있다" 고 연기방침을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자민련 당사에서 밤샘 농성을 하며 모성보호법안 유예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시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전국여성노동조합 등 여성노동법 개정 연대회의는 25일 열리는 환경노동위에서 '방청 시위' 를 할 방침이다.

경총측은 "시행 연기는 환영하나 모성보호법안 내용 중 기업의 부담과 직결된 부분은 시행할 때 좀 더 논의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태진.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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