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우차 '퇴직자 일자리 찾아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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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우자동차 문제가 정치 공방으로 흐른다고 근로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대우차의 조기 정상화는 퇴직자가 한명이라도 더 일자리를 찾고, 차가 한대라도 더 팔려 이익이 나야 이뤄집니다. "

대우차 노조원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이 정치.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2시 인천시 도원동 인천시립체육관에서 열린 '대우차 및 경인지역 퇴직자를 위한 채용박람회' 현장.

이종대(李鍾大)대우차 회장은 행사장을 찾은 기업 관계자들을 붙잡고 자신이 내보낸 대우차 직원들을 써달라고 간청했다.

◇ 1천여명 취업 예정=이날 체육관에는 3백개의 채용기업들이 7백50평의 행사장 밖 로비에까지 부스를 설치한 가운데 7천여명의 구직자들이 몰려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3천5백개의 관중석에는 가족.친지들이 앉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지난 2월 19일 1천7백50명의 생산직 사원을 정리해고할 때 대우차를 떠났다가 이날 ㈜일레덱스에 취업이 확정된 金모(30)씨는 "새 직장의 급여가 대우차의 70% 수준이지만 일자리를 찾아 기쁘다" 며 "부천 산곡동 성당에서 농성하며 복직투쟁을 벌이던 동료 몇명도 만나 반가웠다" 고 말했다.

대우차 희망센터와 노동부 주관아래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하이테크전자.에몬스가구 등 경인지역 중소업체들이 주로 참가해 1천36명(대우차 퇴직자 3백19명)의 채용이 1차적으로 결정돼 최종 면접이나 통보 절차를 남겨둔 상태라고 대우차는 밝혔다.

2월 23일 퇴직 근로자들의 재취업 알선을 위해 문을 연 대우차 희망센터는 지난 18일까지 3천9백86명을 상담해 4백36명을 취업 또는 창업시켰고 앞으로도 3천명 이상을 재취업시킬 계획이다.

◇ 급여 격차가 걸림돌=이날 박람회에서 퇴직자들은 구인업체가 제시하는 급여수준이 대우차 근무 때의 급여와 차이가 커 갈등을 겪었다. 대우차에 따르면 대우차 퇴직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월 2백25만원이었으나 인천지역 구인업체의 평균임금은 1백50만원 수준이다. 퇴직자들은 6개월 동안 월 80만~1백5만원의 실업수당을 받는다.

대우차 관계자는 "한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갈 줄 모르는 우리나라 근로자 임금의 하방 경직성이 자유로운 재취업을 가로막고 있다" 고 말했다.

대우차는 지난달 말 이종대 회장 명의로 종업원 30명 이상 기업체 2만6천곳에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호소하는 구직 편지를 발송, 2백50개 업체로부터 구인요청을 받았다.

李회장은 "대우차에 온 4개월 동안 2만2천명의 직원 중 6천8백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며 "절망에 빠진 단 한사람이라도 취직시킨다면 무슨 일이든 못할 게 없다" 고 말했다.

李회장은 지난 17일 대우차 임직원들과 서울역광장 등에서 대우차를 사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오는 7월부터 채권은행단의 자금지원이 끊어져 자체적으로 영업수익을 내야 하는 데다 영업실적이 좋아야 GM과의 매각협상에서도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어 판매 증대에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李회장은 이날 대우차의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 "물건 값이 낮은 물건을 낮은 가격에 팔면 헐값 매각이 아니라 제값 매각" 이라고 강조했다.

이영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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