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후반기 대북정책 이념논란 정면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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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로, 한국에 망명한 이한영(李韓永)은 북한 공작원에게 피살(1997년 2월)됐다. "

"재독학자 송두율(宋斗律)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고, 그가 귀국하면 수사할 방침이다. "

지난달 취임한 신건(辛建)체제의 국가정보원측은 23일 국회 정보위에서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야당측 질의에 거침없이 답했다.

무엇보다 이런 입장은 국정원이 李씨의 사망을 둘러싼 항간의 의혹을 불식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한 위원도 회의를 마친 뒤 "당시 안기부가 '간첩소행' 이라고 발표했으나 97년 말 대선 때 야당의 정치공세로 흐지부지 됐다" 며 "당시 야당이던 현 정권이 확인해 준 것으로 李씨 피살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고 평가했다.

사실 그동안 대북 화해협력 분위기를 틈타 일부 재야나 학원가에서 '李씨가 안기부에 의해 살해됐다' 는 설까지 암암리에 퍼지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가 정보 당국에 감지됐다고 한다.

물론 李씨의 피살은 사망 9개월 후 전모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국정원은 당시 부부간첩 최정남.강연정에 대한 수사 결과를 토대로 "李씨가 북한 사회문화부 소속 테러 요원인 최순호 등 2명으로 짜여진 '순호조' 에 의해 살해됐다" 고 발표했었다.

이날 辛원장의 언급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대북 화해협력 분위기와 안보 문제에 분명한 선을 그어 국가 정보.대공(對共)기관으로서의 이념적 정체성을 정비하겠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당장 DJ의 대북 포용정책에 악재(惡材)라고 판단될 사안이라도 '정면으로' 돌파하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

宋교수에 대한 국정원의 단호한 입장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화해협력의 파트너이자 안보 위협 요인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게 현실" 이라면서 "DJ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대북 정책 추진에 국민의 지지가 절실한 만큼 李씨 피살이나 宋교수 문제 등에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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