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 방지법 후퇴… 불법 정치자금 선관위서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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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야가 23일 이른바 '돈세탁방지법' 에 합의하면서 불법 혐의가 있는 정치자금 조사를 선관위에 맡기기로 해 편법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선관위가 정치자금을 조사할 경우 해당 정치인에게 소명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어 돈세탁방지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 조사는 사전통보가 가능하게 됐다. 돈세탁방지법의 최대 쟁점은 조사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하느냐 여부였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자민련 이완구(李完九)총무는 법사.재경위 간사들과 함께 9인 소위를 열고 돈세탁 방지와 관련한 2개 법안(특정금융거래 정보 보고.이용법, 범죄수익 은닉 규제.처벌법)을 절충하면서 이같이 합의했다.

여야는 돈 세탁을 추적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독립기구가 아닌 재정경제부 아래 실무 집행기구로 설치키로 했다.

또 FIU가 불법자금의 연결계좌와 모(母)계좌에 대한 계좌추적권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불법자금으로 의심되는 거래내역을 FIU에 통보하면 FIU는 자금 성격에 따라 조직범죄.마약 관련은 검찰에, 탈세 관련은 국세청에, 불법 정치자금은 선관위에 통보한 뒤 이들 기관이 수사 또는 검찰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여야는 FIU가 구체적인 활동내용이 아닌 건수만을 국회에 보고하게 하고, 국회 국정조사를 받지 않게 했다. FIU는 자금세탁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영장없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해당자가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여야는 이들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여야 합의에 대해 그동안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요구해온 시민단체와 관계전문가들은 "입법취지에 반하는 처사" 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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