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진… R&B서 팝까지 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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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 18일 밤 서울의 대형 공연장 메사 팝콘홀에서는 대규모 쇼케이스가 열렸다. 쇼케이스란 신인 혹은 기성 가수가 음반업계 관계자 및 언론을 상대로 신곡을 선보이는 일종의 시범 공연을 가리키는 말로, 국내 가수가 국내에서 본격 쇼케이스를 연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브 공연으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쇼케이스를 통해 한국어.영어.일본어로 만든 자작곡을 부르며 기량을 선보인 이는 진(Jin).

초등학교 때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성장했고, 고등학교와 대학은 미국에서 다닌 '다국적 성장사' 를 가진 가수다.

보스턴의 버클리 음악원에서 재즈와 흑인 음악을 공부했으며, 일본의 주요 음반사 파이어니어를 통해 지난해 3월 '원 라이프' 라는 싱글로 일본에서 데뷔했다.

이후 '워너 비 유어 하트' '프리셔스' 등 두 장의 싱글 앨범을 잇따라 내놓았다.

데뷔 직후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계 가수들을 다룬 NHK방송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소개돼 관심을 끌었으며 지금은 라디오 방송 DJ로도 활동 중이다.

리듬 앤드 블루스(R&B)를 기반으로 흑인 음악과 팝을 구사하는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이번 앨범을 포함해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곡을 작곡에서 연주.프로듀싱까지 직접 했으며, 일본 인기 그룹 스맵의 새 앨범에 '유어 마이 러브' 란 노래를 제공한 실력파 뮤지션이다.

최근엔 일본 이동통신 회사 NTT의 TV 광고 배경음악에 그의 노래가 사용되면서 일본 내 지명도가 더욱 올라가고 있다.

한국에 발매한 첫 앨범은 '머니' . 동명 타이틀곡을 비롯해 모두 열한 곡을 담았다.

이 가운데 '텔 미' 는 일본 데뷔 앨범에 들어있던 노래에 한국어 가사를 붙였으며 나머지는 모두 신곡이다.

'티어즈' 의 가사는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시인인 원태연이 썼고 나머지 곡은 전부 진 자신이 작사.작곡했다. '하니' '디자이어' 두 곡은 영어로 노래했다.

앨범 전체적으로 사운드와 멜로디, 연주와 창법 등 어느 하나 흠잡기 어려울 만큼 지극히 세련됐다.

타이틀곡 '머니' 는 편한 멜로디와 불규칙한 리듬에 경쾌한 랩을 얹는 최신 팝 경향이 잘 드러나는 노래로, 래퍼로서의 실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스타스' 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인 전형적인 R&B곡이다.

영어 가사를 붙인 노래 '디자이어' 는 리듬과 곡 구성이 박진영이 만들고 박지윤이 부른 '성인식' 과 비슷한데, '성인식' 역시 미국 여가수 마이야의 한 노래와 닮았다는 논란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노래도 힙합과 R&B를 혼합하는 최신 음악 조류를 따른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진은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인정받는 음악 활동을 통해 양국의 음악적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고 밝혔다.

진은 인기 그룹 god와 차태현 등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업체 사이더스의 차세대 기대주다.

뮤지션으로서 발군의 역량을 갖춘 진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느냐에 따라 대형 가요기획사들의 매니지먼트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서도 진은 각별히 주목된다.

글=최재희.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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