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윈도] 용서와 복수의 사형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5월 16일 미국은 38년 만에 죄수의 사형을 집행한다. 주에선 자주 있었지만 연방 차원에서는 1963년 이래 처음이다. 사형수는 95년 오클라호마 연방청사를 폭파해 1백68명을 죽게 한 티모시 맥베이(32)다.

지금 미국에선 한달도 안남은 맥베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복수와 용서의 인간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 중 2백50여명은 사형장면 참관을 요구했다. 그들은 그것을 최대의 복수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몇명만이 소원을 이룰 것 같다. 사형장의 좌석이 8개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국은 사형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폐쇄회로 TV 중계를 계획하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용서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딸을 잃은 밥 웰치는 사건 후 1년 동안 매일 현장을 찾았다. 그는 "그 때는 맥베이를 기름에 튀겨 죽일(fry) 것을 원했다" 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사형반대론자가 됐다.

웰치는 "맥베이를 죽이는 것은 복수다. 복수는 바로 내 딸과 1백67명이 죽은 이유" 라고 설명한다.

맥베이는 연방정부가 사교집단을 공격한 웨이코 사건 등에서 민간인을 비열하게 죽였으며 자신은 오클라호마에서 똑같이 비열한 행동으로 복수했다고 주장한다.

'동물에 대한 윤리적 처우' 라는 단체는 최근 교도소에 편지를 보내 맥베이가 죽기 전날 '최후의 만찬' 때 육식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많은 생명을 앗은 맥베이가 고기를 먹음으로써 생명을 하나 더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교도소 당국은 맥베이의 생전 마지막 권리를 옹호했다. 당국은 '알콜이나 담배 등 금지사항만 들어있지 않으면 맥베이는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 는 답신을 보냈다.

63년 유괴살인범 퓨거는 마지막 식사로 씨가 있는 올리브 열매를 먹었다. "나의 무덤에서 평화의 싹이 자라나길 바란다" 는 의미였다.

맥베이의 만찬 메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맥베이는 자신의 사건을 다룬 책을 쓴 저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폭탄테러에 대해 일말의 후회도 나타내지 않았다.

김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