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공중충돌' 협상서 정면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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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 정찰기 사건 뒤처리를 위해 18일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베이징(北京)의 중국 외교부에서 열린 미.중 간의 첫날 협상에서 양측 대표단은 서로의 주장만 펴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다가 회담을 마쳤다.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은 18일 오후 7시 저녁 뉴스에서 중.미 공중충돌 회담과 관련해 양국이 각각 자국의 입장만을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미 백악관측도 "정찰기 반환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추가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중국측에 경고했다" 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정찰기 반환▶미 정찰기의 중국 연안 정찰중지 문제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CCTV는 양측이 19일 회담을 속개키로 했다고 보도했으나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추가 회담 문제는 더 논의해봐야 할 것" 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CCTV는 이날 미국 대표단 주장은 전하지 않은 채 중국 대표인 중국외교부 북미대양주(北美大洋洲)국의 루수민(盧樹民)국장이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盧국장은 이날 회담에서 공중 충돌 사고의 책임이 미국에 있으며 미국은 이같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중국에 대한 정찰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특히 미국이 승무원 석방 후 말을 바꾼 데 강력히 항의했다고 CCTV는 보도했다.

미.중 양측은 회담 전부터 주요 쟁점인 미 정찰기 반환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여왔다. 미 국무부의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17일 "미국은 정찰기가 이른 시일 내에 반환되길 원하며 이번 협상에서 해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의 장치웨(章啓月)대변인은 회담의 주요 의제를 밝히면서 정찰기 반환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아 이 문제를 깊이있게 다루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회담에 중국측은 외교부 북미대양주국 루수민 국장이, 미국측은 국방부 부차관 피터 버가가 수석대표를 맡았으며 각각 여덟명의 대표가 참가했다. 하지만 양측의 대표단 구성은 큰 차이가 난다. 중국측은 두명만 군부 인사고 나머지는 외교부 관계자다.

반면 미국은 해군 요원을 포함한 국방부 관계자가 여섯명이고 국무부에선 두명만 나왔다. 이는 외교 공세를 강화하려는 중국과 강경 입장으로 밀어붙이려는 미국의 회담 전략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회담이 2~3일 걸리겠지만 핵심인 충돌 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중.미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희망적인 관측도 없지 않다.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의 진찬룽(金燦榮)연구원은 "승무원 송환 후 미국의 태도가 강경하게 돌변해 회담 분위기는 좋지 않겠지만 양측이 노력하면 위기 상황때 서로 연락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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