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기업체 공개채용 꺼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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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신입사원 모집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신문 ·취업정보지 등에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예전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업체들은 “사원모집 사실을 널리 알릴 경우 지원자가 너무 많아 심사과정이 복잡해지고,청탁도 줄을 이어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인 반면 구직자들은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늘어나는 ‘몰래’채용=이달초 대구의 K업체는 신입사원 10명을 선발했다.그러나 채용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직원들에게만 사실을 알려 추천토록 했다.회사 관계자는 “몇 명 안되는 사원모집에 수백명이 몰리면 떨어진 사람들의 실망이 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구의 D백화점은 얼마전 고졸 ·대졸 신입사원 80명을 선발했다.지역기업으로선 적지 않은 인원이다.

이곳 역시 대외적으로 사원모집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직원들의 추천을 받아 원서를 접수했다.

모집공고를 낼 경우 엄청난 지원자가 몰려 합격자 사정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힘’있는 사람들의 청탁이 줄을 이어 공정한 선발이 쉽지 않아서였다.

백화점의 인사담당자는 “사원모집 공고를 낼 경우 취업 부탁이 줄을 이어 공정한 선발이 어려울 정도여서 불가피했다”며 “앞으로도 선발시기나 인원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졸 신입사원 15명을 선발한 구미 H업체도 마찬가지.대구·경북지역 대학의 추천을 받은 60명을 대상으로 면접시험을 치렀다.

구미상공회의소 조사부 이성희(41)대리는 “사원 선발과정의 번거로움과 시간·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고를 내지 않는 것이 추세”라고 말하고 “학교 ·직원들의 추천으로도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반발=구직자들은 “기업체에 아는 직원이 없는 사람은 원서도 못 낼 판”이라며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들의 사기를 꺾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문모(28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는 “지역 주요기업들이 소문 없이 사원을 뽑는 바람에 응시조차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대규모로 사원을 채용할 때는 공고를 내 기회를 줄 작정”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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