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따라잡기] 반기문·안철수·김연아 … 롤모델 찾아 내 미래를 설계해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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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산초 6학년 한주연양(왼쪽에서 세번째)이 30년 뒤의 자신을 인터뷰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보면 ‘서울대학교에 가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한혜성(서울 동산초)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가고 싶은 대학’은 있지만 ‘되고 싶은 꿈’을 가진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꿈이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대부분 부모님의 바람을 그대로 이야기할 뿐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다.한 교사는 “진로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일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다”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래 직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한 교사가 동산초등학교 6학년 3반 아이들과 함께 ‘나의 미래 직업’을 주제로 NIE 수업을 진행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진로는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정해야

“나눠준 두 개의 기사에 등장하는 ‘이모’씨와 ‘김예걸’군의 가장 큰 차이점을 찾아보세요.”

한 교사는 학생들이 기사를 읽으면서 찾아야 할 정보를 미리 일러줬다. 읽는 동안 집중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학생들은 기사를 읽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채근하는 엄마를 경찰에 신고한 대학교 4학년 이모씨에 대한 내용 때문이다. 학생들은 “엄마는 다 잘되라고 그런 건데 경찰에 신고하다니 정말 너무하다”며 황당해했다.

다른 기사는 중학교 전교 1등인 김예걸군이 취업을 위해 전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는 내용. 상위권 대학을 나와야만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라는 의미로 나눠준 것이다.

두 기사 모두 짧고 재미있는 내용이라 학생들이 금방 읽어냈다. 한 교사가 “이모씨의 가장 큰 잘못은 뭘까?” “만약 너희가 김군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앞으로 진로를 어떻게 결정할거니?” 등의 질문을 차례대로 던졌다.

학생들은 여러 의견을 주고받다가 “이모씨는 확실한 진로 계획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머니에게 공무원 시험이 싫다고 고집만 내세웠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하지 않은 게 이모씨의 잘못이라는 얘기다. “김예걸군처럼 남다른 진로를 택하더라도 분명한 소신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진로 탐색 첫 단계는 적성 파악

진로를 정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파악하는 것이다. 한 교사는 중앙일보에 실렸던 ‘다중지능 평가표’(2009년 5월 20일자 S9면)를 작성해보게 했다. 이 평가표는 언어·논리수학·공간·신체운동·자기성찰·인간친화·자연친화·음악적 능력 등 다양한 지표로 사람의 지능을 측정하도록 돼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강점을 확인하고 그 분야에 적합한 직업을 표에서 찾아보며 신기해했다.

한 교사는 안철수 KAIST 교수의 말을 인용해 “직업을 선택할 때는 세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의미가 있는지, 재미가 있는지, 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아무리 훌륭한 직업이라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제부터 어떤 직업이 나에게 맞을지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조언을 무작정 따르는 것도 위험할 수 있어요. 내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미래의 나와 가상 인터뷰 기사 쓰기

적성과 재능을 고려해 장래 희망을 정했다면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 중에 나의 역할 모델을 찾아볼 수 있다. 아이폰 개발사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등이 대표적이다.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이미 성공한 이들의 삶을 통해 현재 내 모습을 점검해볼 수 있다.

한 교사는 “직접 신문기자가 돼 40대의 성공한 직업인이 된 미래의 나를 취재해보라”고 주문했다. 먼저 ‘나의 연표’를 작성해보면 40대의 내 모습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터뷰를 할 때는 질문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교사는 수업 내용을 총정리할 수 있도록 ‘직업을 선택한 이유’와 ‘이 직업에서 느끼는 의미와 재미’ ‘적성을 발견하게 된 계기’ 등을 공통 질문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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