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교 장편 '머꼬네…' 경제위기속 서민가족 삶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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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70년대 도시 빈민들의 삶을 다룬 조세희씨의『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난장이 가족들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신세대 작가가 지금 그들의 삶을 다룬다면 '난쏘공' 의 지성과 현실 의식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

이만교(34)씨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머꼬네 집에 놀러 올래?』(문학동네.7천5백원)는 여러모로 '난쏘공' 과 대비해 읽게 만들며 신세대 작가관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씨는 지난해 장편『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가벼운 문체 속에 범상치 않은 주제의식을 끌고 간다' 는 평과 함께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신세대 작가로 떠올랐다.

이번『머꼬네…』는 3대가 함께 모여사는 한 서민 가족의 오늘의 삶을 가볍게 터치하고 있다. 계속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짧은 우화적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도 '난쏘공' 과는 또다른 각도에서 오늘의 삶과 사회의 의미를 감추고 있다.

복사꽃이 훤하게 들어오던 집 주위로 고층 빌라가 들어서면서 꽉 막혀버린 그 자연 환경을 되찾아오겠다며 아버지는 떠났고 어머니는 공장에 나가 일하며 4남매를 키웠다. 운동권 학생이었던 형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다.

누나들도 공장에 다니며 막내의 학자금을 대고 있다. 막내인 화자 '나' 는 제대 후 미국 어학 연수의 꿈에 부풀어 있다가 IMF 외환위기가 터져 계획이 뒤틀린다. 뒤틀리고 거덜났으면서도 이를데 없이 쾌활한 화자의 눈을 통해 이 시대의 삶과 사회를 풍자하면서 '이 뭐꼬' 라고 묻고 있는 작품이『머꼬네…』다.

집을 철거당하고 착취없는 별나라로 간 '난쏘공' 의 난쟁이 아버지는 이 작품의 아버지와 같고 그 가족들 역시 비슷하다. 단 착취와 피착취, 부와 가난 등 이분법적 구도는 이 작품에서 찾기 힘들다.

"우리는 옛날 그대로인데 이웃해 사는 집들이 모두 3~4층짜리 다세대 주택이거나 5~6층짜리 빌라로 솟아올랐던 것이다" 라는 부분에서 볼 수 있듯 적대감은 이 작품에서 사라진다. 지난 연대의 이분법적 구도가 이 작품에서는 사라지고 모든 것을 우리 삶 자체의 다면적 시각에서 바라본다.

해서 지성과 사실에 입각한 문체와 구성을 떠나 이 작품은 옛날 이야기 혹은 만화를 닮게 된다. 신세대적인 발랄하고 자유스러운 감수성으로 삶의 다면성을 떠올리면서, 지난 연대에 편가르기식으로, 혹은 합리적 이성으로 찢어놓았지만 결코 뽑힐 수 없는 인간적 삶의 뿌리를 파고들려 한다.

그러나 신세대 감성, 혹은 대중 독자들을 안중에 둔 지나친 흥미가 '이 뭐꼬' 라는 물음을 놓쳐버리고 가벼움 그 자체로 함몰될 위험도 이 작품은 안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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