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고교별 대학진학률 격차를 어찌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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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하지만 주요대 합격률이 100위권에도 못 미친 구로구의 한 공립고 교장은 “내년 신입생 모집 때 학생과 학부모들이 외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교선택제를 고려한 걱정이었다. 진학 실적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서울 강남의 K고교는 “왜 명단에서 빠졌느냐” “실적이 안 좋아서 빠진 것은 아니냐”는 동문들의 항의 전화로 진땀을 빼야 했다. 이처럼 고교의 대학 진학 실적은 그야말로 초미의 관심사다. 그 결과에 따라 이른바 ‘명문고’ ‘비명문고’가 명확히 나뉘어 지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물론 대학 진학 실적으로 해당 고교가 어떤 질의 교육을 제공하는지를 판가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 간·고교 간에 너무나 확연한 진학률 차이는 결코 가벼이 넘겨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적안에 내재해 있는 교육 양극화, 가난의 대물림 가능성 때문이다.

좋은 성과를 거둔 강남·서초구 고교를 보면 교육열 높은 학부모에, 학력 수준이 높은 학생들이 많이 모여있다. 부모의 학력이나 소득 수준이 높은 학생일수록, 그런 가정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 학교일수록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는 점은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반대로 좋지 않은 실적을 거둔 학교들은 지역적 상황이 열악하다. 또 교사초빙제의 특정지역 쏠림 현상에서 드러났듯 교사들조차 이들 학교에는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교육 인프라도 열악하고 우수 교사도 외면하는 상황에서 ‘교육 격차 해소’는 허무한 구호에 그칠 수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열악한 학교에 우수 교사를 우선 지원하고 학교 시설 투자도 대폭 늘려야 한다. 이런 노력으로 차츰차츰 격차를 줄여나갈 때만이 점점 커져만 가는 교육 격차, 그래서 가난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박수련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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