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뉴스] 재벌 아들이라던 훈남 사귀고 보니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지난 1월 말 회사원 김모(29·여)씨는 강남의 한 헬스클럽에서 국내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라는 박모(37)씨를 만났다. 박씨는 키 1m80㎝에 준수한 외모의 이른바 ‘훈남’이었다. 강남의 고급 원룸에 거주하면서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녔다. 그는 “나를 대기업 회장의 아들로 보지 말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봐달라”며 김씨에게 접근했다. 김씨는 벤츠·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 5대를 바꿔 타고 다니는 이 남자를 의심하지 않았다.

박씨는 만난 지 3일째 된 날 김씨에게 “주식 관련 고급 정보를 많이 알고 있으니 5000만원을 투자하면 1억원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대기업 회장들과는 형님·동생 하는 사이”라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인을 들먹였다. 박씨는 김씨에게 “결혼을 전제로 만나자”고 했다. 둘은 성관계도 가졌다. 김씨는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신용카드를 빌려 주고, 저축은행에서 대출도 해줬다. 김씨가 2월 2일부터 12일 동안 박씨에게 빌려준 돈은 총 1억여원에 달했다. 그러나 박씨는 그 돈을 전부 생활비와 유흥비로 사용했다. 박씨는 대기업 사주의 아들이 아니라 사기 전과 11범의 ‘사기꾼’이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15일 대기업 회장의 아들을 사칭해 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박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씨가 또 다른 여성으로부터 뜯어낸 돈으로 주택을 마련했고, 외제 승용차를 렌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2008년 사기·폭행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5월 가석방됐다. 박씨는 이전에도 여성들을 상대로 비슷한 수법의 범행을 저질러 11건의 사기 전과가 있었다. 경찰은 또 다른 피해 여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김효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