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심재학 '자존심 맹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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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 남는 장사입니다. "

지난 2월 갑작스런 트레이드로 현대에서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심재학(29)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선수협 파동으로 두산에서 현대로 '징계성' 트레이드를 당한 심정수(26.현대)의 맞상대로 지목된 뒤 "두산이 밑지는 장사를 했다" 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심재학은 1999년말 LG에서 현대로 옮긴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제 좀 적응이 되는가 싶었더니 또 보따리를 싸야 했다. 게다가 현대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직후 포지션이 같은 심정수와 맞바꿨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대표 출신 중심타자였던 심재학의 명성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져 갔다. 그러나 비가 온 뒤 땅이 굳듯 시간이 흐르면서 심재학의 심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손해보는 트레이드라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심재학은 고비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0일 지난해 친정팀이었던 현대와의 수원경기에서 심재학은 9회초 쐐기를 박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그것도 2사1루에서 4번 김동주를 고의사구로 내보낸 현대가 심재학을 상대로 승부를 걸었던 상황에서 터진 일격이었다. 중반 이후 4점을 뽑으며 6 - 4까지 따라온 현대는 결국 심재학의 한방에 무릎을 꿇었다.

심재학의 성적은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심정수를 압도했다. 지금까지 시즌 타율도 심재학이 0.357(14타수 5안타)로 0.143(14타수2안타)에 그친 심정수에 크게 앞서 있다.

또한 지난 7일 서울 라이벌 LG와 대결에서는 0의 행진을 계속하던 7회초 좌측 담장을 넘기는 1점홈런을 때려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반면 심정수는 아직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해 현대 코칭스태프는 애를 태우고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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