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 실종 조종사 찾기 대만 어부도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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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9일 오후 6시 하이난(海南)섬 남쪽 항구도시 싼야(三亞) 앞바다에 대만 어선 세척이 나타났다. 중국 해경(海警)이 즉각 출동해 이들을 저지했다. 그러나 중국 해경은 결국 이들을 싼야항으로 안내했다. 그들의 뱃전에는 '우리는 동포다(大家都是同胞)' 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대만 어부 쉬(許)모씨 등 3명은 충돌사건으로 실종된 해방군 조종사 왕웨이(王偉)의 수색작업에 동참하려고 싼야항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과 면담한 중국 해경은 다시 한번 놀랐다. 왕웨이를 찾기 위해 대만 어부들은 이미 나흘 낮, 나흘 밤 동안 바다를 헤매고 다녔기 때문이다. 대만 어부들은 '외돌토리 수색' 의 한계를 절감하자 공동수색에 참가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싼야항으로 온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곧 중국 언론에 공개됐다. 하이난 언론들은 앞다퉈 許씨 등을 인터뷰했다. 이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우리는 동포다. 왕웨이 행방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 이들이 왕웨이의 실종사건을 안 것은 대만 언론을 통해서였다. 평소부터 함께 뱃길을 밟아온 이들은 곧 왕웨이를 찾아나서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남중국해가 안마당이나 다름없어 눈감고도 뱃길을 찾을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하루 종일 수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조금만 이상한 것이 보여도 혹 조종사인 것 같아 꼭 확인했다" 고 이들은 말했다.

현재 왕웨이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중국 어선 8백척에 어민 6천여명, 군인 1만여명, 군함 두척, 헬기 20여대 등 대대적인 규모다.

대만 어선 세척이 가진 실용성은 아마 좁쌀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생업을 내던진 채 동포찾기에 나선 대만 어부들의 핏줄 사랑은 얼어붙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기에 충분했다.

하이커우(海口)시 인민대도(人民大道)거리에서 야채장사를 하고 있는 예(葉)할머니는 "당연한 일이지, 당연한 일이야(是應該的, 應該的)" 라고 말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원화(文華.만다린)호텔 내 카페에서 만난 수산업자 왕핑(王平)도 "어쨌든 우린 동포 아니냐" 며 기분좋은 표정이었다.

하이난성 정부 역시 "대만 동포어부들의 (수색작업)동참은 고마운 일" 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홍콩과 마카오의 어민들도 왕웨이 실종 초기부터 수색작업에 참가하고 있다.

이제 대만 어부들의 동참으로 물길 험한 남중국해가 '양안4지' (兩岸四地-중국.대만.홍콩.마카오)동포들이 어우러진 화합의 한마당으로 뒤바뀐 셈이다.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다.

하이커우〓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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