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재미 변호사 김석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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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재미 변호사 김석한(金碩漢.52)씨는 '아메리칸 드림' 을 이룬 교포사회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가장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자랑하는 로펌인 애킨 검프에서 '매니징 파트너' (최고 경영자)를 맡고 있다.

성공신화를 쌓기까지 앞만 보고 질주해온 金변호사. 그가 최근 '김석한 재단' (http://www.kayso.org)을 만들어 미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교포 청소년과 유학생들에게 무료상담을 해주고 있다. 출발은 검소하게 했다.

워싱턴 근교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1주일에 두 번씩 나가 직접 전화를 받고 있다. 주변의 기부나 후원도 사양하고 있다. 요란하게 일을 벌이는 것은 순수한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남다르다. 그는 "사무실을 찾는 사람이 늘면 3~5년 뒤엔 아예 봉사활동에 전념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워싱턴에는 유학생을 빼고 교포 학생만 14만명 가량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어요. 미국 문화에 동화된 아이들과 아직 적응이 안된 부모간에 대화가 안 통해 종종 충돌이 생깁니다. 그들의 속내를 듣고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

- 상담 학생들의 반응은?

"사실 나도 어렸을 때는 사고뭉치였거든요. 학창시절에는 미식축구와 보디빌딩도 했고요. 청소년들이 제 경험담을 듣곤 저와 동지의식을 갖는 것 같아요. '비록 지금은 사고를 치고 있지만 마음을 잡고 변호사님처럼 되겠다' 고 말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

- 문제아였다니 놀라운데.

"사고를 쳐도 스케일 크게 쳤습니다. 휘문중 시절엔 고등학생들과도 싸웠고 가출도 여러 번 했지요. 중2때 고2여학생과 사귀기도 했고요. 하지만 나름대로 의협심도 있었고, 거짓말은 죽어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잣집 친구들에게 돈을 거둬 가난한 친구들을 배불리 먹이곤 해 '로빈후드' 로 통했죠. "

그런 그를 부친(고 김봉진 전 대한생명보험 사장)은 미국 켄터키의 사설 군사학교에 보냈다. 휘문중 3년때다. 그러나 그를 길들인 것은 미국 군사학교가 아닌 대한민국 군대였다. 미국에서 나이트 클럽 기도 등을 전전하던 그는 귀국해 군복무를 마친 뒤 말 그대로 사람이 '바뀌었다' . 맘을 다잡은 그는 이후 미국 길퍼드대를 3년 만에 수석졸업했고, 컬럼비아대학원.조지타운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젊은 나이엔 머리와 가슴, 이성과 감정이 균형을 이루기 어렵지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공부처럼 하기 싫은 것을 먼저 해버리라고 말합니다. 단기적으로 목표를 정해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라는 말도 덧붙이고요. "

야생마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나선 '선배 야생마' 의 당부다.

글〓강민석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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