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사지 동탑 사리함 주인공 신라 문무왕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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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96년에 발견돼 관심을 끌었던 국보 제112호 경북 경주시 감은사지 동(東)탑 속 사리함에 대한 문화재연구소의 연구 결과 이 사리함의 실제 주인공이 감은사 조성과 관련이 깊은 신라시대 문무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문무왕(661~680)은 생전에 "(동해의 용이 되어)왜병을 물리치겠다(欲鎭倭兵)" 고 염원한 뒤 바다(해중능침 : 문무대왕릉)에 묻힌 인물로, 감은사는 682년 그의 아들인 신문왕이 부친의 호국의지를 받들어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감은사는 또 본당터에 다른 사찰 유적에선 보이지 않는 구멍이 발견돼 '금당 밑의 섬돌을 파고 동쪽으로 향하도록 구멍 하나를 내고…용이 금당으로 들어와 서리게 하였다' 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일반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이번에 문화재연구소가 낸 보고서에는 96년 동탑 해체과정에서 발견된 높이 23.4㎝의 금제 사리함(사진)에 관한 자세한 정보들이 실려 있다. 문화재연구소측이 주목하는 것은 사리함 속의 사리가 문무왕의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59년에 먼저 해체된 서(西)탑의 사리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요소가 동탑의 사리함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우선 서탑의 사리함과는 달리 밑 부분을 4개의 사자상(獅子像)이 받치고 있다. 중국 돈황(敦煌)에서 발견되는 그림과 불교 경전 등을 토대로 볼 때 이같은 '사자좌(獅子座)' 형태는 재가자로서 부처의 경지에 이른 유마(維摩)거사를 나타내며 사실상 재가(在家)신도와 신라시대 대승불교를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붕(天蓋)부분에는 문무왕이 맹세한 '(동해의) 용' 조각이 달려 있는 점 등이 매우 이례적이며 이는 문무왕과 관계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이에 비해 서탑의 사리함에서는 사천왕 대신 부처의 열반을 축송하는 주악비천(奏樂飛天)상이 발견됐고 천개 부분에는 용 대신 봉황(鳳凰)이 장식돼 있다.

문화재연구소 김봉건(金奉建)실장은 "그동안 사찰 내의 쌍탑(雙塔)에서 나온 유물을 동시에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드물었다" 며 "동.서 양탑에서 나온 사리함의 양식차이로 볼 때 서탑은 출가자, 동탑은 재가신도를 대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金실장은 또 "서탑 사리함 천개 부분 귀퉁이가 봉황으로 장식된 것에 비해 동탑 사리함의 용 장식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 며 "이와 아울러 감은사에 얽힌 여러 설화, 본당터에서 발견되는 이례적인 흔적과 삼국유사의 기록, 호국의지를 드러내는 사천왕상 등을 두고 볼 때 사리함의 주인공이 문무왕일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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