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연설 뒷얘기] 35초에 한번꼴 "국민" 강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회창 총재는 40분간 연설하면서 '국민' 이란 단어를 68번이나 썼다. '국민 우선' '국민 이익' '강한 정부가 아닌 강한 국민' '국민의 힘으로 국가혁신' 등의 정치 조어(造語)가 계속 등장했다.

반면 3당연합.정계개편.개헌론 등 정치 쟁점은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李총재는 연설 뒤 "정치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건의도 있었으나 민생.경제에 집중키로 했다" 고 설명했다.

연설문은 최병렬 부총재가 중심이 돼 정형근.이한구.이경재 정조위원장과 맹형규.권철현.김홍신.고흥길.이원창.원희룡 의원, 양휘부 특보,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이 두차례 독회(讀會)끝에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고심한 대목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였다. 토론 끝에 金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하는 대목을 줄이는 게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金대통령을 언급한 대목은 ▶국정운영(대통령이 정파 떠나 국정 전념하면 적극 협력)▶강한 정부론(金대통령의 강한 정부는 정권을 위한 대안)▶대북관계(金대통령이 한반도 전쟁 없다고 단언)등 세 부분.

李총재는 "총체적 책임이 金대통령에게 있음을 다 아는데 강한 표현을 쓰면 실질적 내용이 간과될 수 있다" 고 말했다.

대신 "국가 의사결정이 권력의 독선으로 이루어지는 나라"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절망한다" 는 등의 비판을 쏟아부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