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는 40분간 연설하면서 '국민' 이란 단어를 68번이나 썼다. '국민 우선' '국민 이익' '강한 정부가 아닌 강한 국민' '국민의 힘으로 국가혁신' 등의 정치 조어(造語)가 계속 등장했다.
반면 3당연합.정계개편.개헌론 등 정치 쟁점은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李총재는 연설 뒤 "정치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건의도 있었으나 민생.경제에 집중키로 했다" 고 설명했다.
연설문은 최병렬 부총재가 중심이 돼 정형근.이한구.이경재 정조위원장과 맹형규.권철현.김홍신.고흥길.이원창.원희룡 의원, 양휘부 특보,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이 두차례 독회(讀會)끝에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고심한 대목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였다. 토론 끝에 金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하는 대목을 줄이는 게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金대통령을 언급한 대목은 ▶국정운영(대통령이 정파 떠나 국정 전념하면 적극 협력)▶강한 정부론(金대통령의 강한 정부는 정권을 위한 대안)▶대북관계(金대통령이 한반도 전쟁 없다고 단언)등 세 부분.
李총재는 "총체적 책임이 金대통령에게 있음을 다 아는데 강한 표현을 쓰면 실질적 내용이 간과될 수 있다" 고 말했다.
대신 "국가 의사결정이 권력의 독선으로 이루어지는 나라"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절망한다" 는 등의 비판을 쏟아부었다.
고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