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새 학기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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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한에서는 각급 학교의 새 학년도가 이미 시작됐지만 북한의 새학년은 4월 1일부터다. 북한은 새학년 시작일을 해방 후부터 1961년까지는 9월 1일로 했다가 62년부터 67년까지는 4월 1일로 바꾸었다. 그러다 68년부터 96년까지 9월 1일로 변경했다가 97년부터 다시 4월 1일로 되돌렸다.

북한의 새 학년도 입학.개학식은 남한보다 약간 거창한 맛을 준다.

인민학교(초등학교에 해당, 4년제).고등중학교(중.고등학교에 해당, 6년제)에서는 입학식날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학교 정문 앞에 미리 나와 신입생들을 환영한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이면 입학식이 시작된다. 우선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노래를 부른 뒤 金주석 동상에 헌화하고 '두 지도자에게 충성을 다하고 지덕체를 갖춘 훌륭한 인재가 되겠다' 고 맹세한다.

이어 교장이 훈시를 한 뒤 학부모 대표가 연설하고 나면 입학식 자체는 끝나고, 행사 후 교사.학부모.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종이로 만든 꽃송이를 가슴에 달아준다.

탈북자들은 "교장선생님이 한 시간 이상 훈시하는 경우가 보통이어서 인민학교 신입생 여섯살짜리가 가만히 서 있기가 몹시 힘들다" 고 털어놨다. 학부모들도 대부분 직장의 허락을 받아 입학식에 참석한다.

입학식 첫날에는 수업을 2~3시간(시간당 45분)정도 한다.

매년 입학식.개학식 날에는 정부의 지도급 인사들이 학교를 방문하는 행사도 있다. 올해도 최태복(崔泰福)최고인민회의 의장, 김용순(金容淳).김중린(金仲麟)당비서 등이 평양 김성주인민학교와 금성 제1.2고등중학교 등에 나가 첫 수업을 참관했다.

입학식 당일 저녁만은 가족들이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들며 인민학생이 된 자녀들에게 덕담을 하는 조촐한 가족행사도 갖는다.

신입생들은 정부에서 책가방.학용품.교과서 등을 지급받게 되어 있지만 경제난으로 인해 최근엔 학교측이 자체로 구하거나 상급생에게 물려받는 실정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소 형편이 핀 것으로 보인다. 평양방송이 지난달 개성시내 공장.기업소에서 학생용 가방.필통 등 학용품을 생산해 각급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는 등 전반적으로 사정이 나아졌다.

대학의 경우는 신입생들이 오전에 모여 교내 김일성 유적지.교시 말씀탑 등에서 '훌륭한 기술인재가 되겠다' 고 선서하는 것으로 입학식이 시작된다. 입학식장에서는 총장과 선배.신입생의 간단한 연설이 이어진다. 이날 저녁에는 학교측의 술.담배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주를 마시는 등 조촐한 입학 축하연을 갖는다고 한다.

입학식 광경은 북한네트 (http://nk.joins.com)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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