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아름다운 수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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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올해 초 동네 초등학교 근처 문구점 앞을 지나다가 '살아있는 바다가재 있음' 이란 팻말을 본 적이 있다. 기자는 의아해 하면서도 "음식점에서 전업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아이들용 애완동물로 판매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햄스터.병아리.거북이.금붕어 등을 인형 집어올리는 기계 같은 곳에 넣어놓고 파는 동물뽑기 오락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생태동화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등을 통해 우리나라 야생동물의 삶을 감동적으로 보여줬던 이상권씨의 새 장편동화 『아름다운 수탉』은 그런 현실을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생각해보라. 도시에서 자란 이들 중엔 초등학교 앞에서 노란 병아리를 사와 기르다가 금세 죽어버리는 바람에 허탈해 했던 경험이 있으리라.

작가는 신간에서 그렇게 사온 비실비실한 병아리 달개비를 아름다운 수탉으로 키워내는 초등학생 정희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에서 자연을 호흡한다는 것, 생명체를 기른다는 것,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산다는 것 등의 의미와 어려움을 음미하게 해준다.

그 한켠으로 아이를 더 낳고 싶어했지만 몇 번의 유산 끝에 불임판정을 받은 정희 엄마가 아이를 입양하는 이야기가 겹치면서, 양계장에서 버려져 정희의 손에 이른 수컷 병아리와 친부모에게 버림받아 정희 동생이 되는 아이의 운명을 은근히 빗대놓았다.

조심스레 내비쳐지는 작가의 주제의식은 작품 곳곳의 유머와 함께 초등학교 고학년용인 이 장편동화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컴퓨터를 고장낸 개비에게 공포스런 독수리 그림을 보여주며 앙갚음했다고 의기양양해하는 정희 아빠, 수영을 가르친다고 개비를 계곡에 데리고 갔다가 물에 떠내려가자 당황해하는 '맥주병' 이모부 등의 모습이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채색과 번짐의 효과를 적절히 잘 이용한 수묵 삽화들도 작품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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