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투기성 CDS 거래 금지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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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유럽연합(EU)이 국제 자본시장에서 투기적 거래를 일부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채 거래에서 신용부도스와프(CDS)와 관련한 투기적 거래가 대상이다. EU는 미국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과 EU는 이미 헤지펀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 상태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투기적 성격의 CDS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며 거들었다. EU는 16일 경제재무이사회에서 투기 금지방안을 논의해 다음 달까지 규제 틀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독일과 프랑스가 CDS와 함께 주식 공매도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투기적 거래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그리스는 이를 범세계적인 차원의 규제로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이날 “투기 자본에 대한 규제가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투기적 거래에 대한 규제를 요청했다.

CDS는 원래 채권 부도에 대비한 안전장치 같은 상품인데,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채 CDS만 사고파는 거래가 일반화됐다. 세계적으로 CDS 거래 규모는 35조~40조 달러로 추정되는데, 대부분이 이런 식의 거래다. 이 바람에 국가·기업의 재무 상태와 무관하게 CDS프리미엄(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이 지표가 다시 국가·기업의 신인도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종종 벌어진다.

2008년 9월엔 한국 정부의 해외 채권에 대한 CDS프리미엄이 6%포인트를 넘어서면서 9월, 11월 위기설을 촉발했다.

또 최근 그리스에선 헤지펀드들이 그리스 부도 쪽에 돈을 거는 CDS 투자에 나서면서 그리스 CDS프리미엄이 급등해 그리스 정부가 속병을 앓았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CDS 투기는 이웃집 화재보험증서를 산 후 보험금을 받기 위해 불태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규제가 실행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태도가 신중하기 때문이다. CDS프리미엄에 문제가 있지만 현실과 완전히 딴판으로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에선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CDS 거래에 대해선 특별히 규제하고 있지 않다. 공매도는 2008년 10월 전면 규제됐다 지난해 6월 비금융주에 대해서는 제한이 풀렸다. 금융위원회 조인강 자본시장국장은 “공매도와 CDS 규제 문제는 국제 동향과 국내 시장의 상황을 봐가면서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원배·김영훈 기자

◆신용부도스와프(CDS)=Credit Default Swap. 채권이 부도 나면 원리금을 대신 물어주는 일종의 보증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이다. 이런 거래를 하는 대가로 채권보유자가 금융사에 내는 수수료가 ‘CDS프리미엄’이다.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의 부도 위험이 클수록 CDS프리미엄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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