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발전은 모방→눈속임→창의력 3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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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간『12억짜리 냅킨 한 장』의 저자 김영세씨가 밝힌 '디자인 발전 3단계론' 은 한국사회 일반에도 적용함직 하다. 그에 따르면 디자인은 모방단계에서 눈속임 단계를 거쳐 창의력 단계로 나간다.

모방은 눈 딱 감고 베끼는 단계.

법률의 규제를 피해 교묘하게 속이는 단계가 두번째 눈속임 단계다. 김씨는 '창의적 디자인(Creative Design)' 이 현재 디자인 선진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경쟁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위해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의외로 '정직함' 이다. 정직해야만 남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고 독창적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조의 대가를 정당하게 주고 받는 의식의 부재가 한국의 디자인 문화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고 김씨는 꼬집는다.

기업은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또 소비자는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의 디자인을 흉내내도 말 한마디 않고 그 물건을 사서 쓰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 김씨는 소비자의 욕구와 기호를 미리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그가 말한 '디자인 우선주의' 다.

소비자와 디자이너 사이에 자리잡고 있던 '제조업체 우선' 의 패러다임에서 소비자와 제조업체 사이를 디자이너가 채워주는 '디자이너 우선' 의 패러다임으로 시대가 바뀐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발간되는『DESIGN』의 편집장 마이크 존스가 "김영세씨는 디자인 컨설턴트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 라면서 "앞으로 많은 디자이너가 김씨처럼 모험적인 디자인 투자를 통해 스스로 부를 축적해 나갈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한 점이 눈길을 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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