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우리 말 우리 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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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신간 『우리 말 우리 글』은 중학교의 국어 과목 국정교과서의 부교재로 개발돼 올해부터 교실에서 사용될 책이다.

지난해 교육과정 개편 때 '교과서 이외의 도서 사용금지' 조항이 풀리면서 현직 교사 50여명이 대안교과서로 첫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 교사는 '전국국어교사모임' 소속이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예사 책으로 볼 수 없다. 서점에서 흔히 보는 단행본과는 비교될 수 없는 영향력을 갖는다는 요소도 중요하다.

문제는 판박이 교과서로 채워질 수 없었던 학생들의 오랜 갈증이 이 대안교과서로 인해 얼마만큼 풀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대안교과서 제작에 참가한 한 교사는 '흥미진진한 교실과 수업 분위기 만들기' 에 이 책이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책의 완성도만으로 판단하기에 그 말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진작 이런 종류의 부교재들이 학년별로 다양하게 나왔더라면" 싶기 때문이다.

우선 판형이 시원하다. 기존 교과서 보다 활자는 조금 작은 대신 큼직한 크기라서 정보량이 많다. 또 전면 컬러라서 눈길을 끌기에 적절하다. 지루함을 덜기 위한 '밑밥' 에 대한 배려도 적절하다.

인기그룹 패닉.GOD의 노래가사에서 만화, TV광고 사진 등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시인 황지우의 작품, 동화작가 노경실의 작품 등도 실려있어 균형을 잡고 있다.

즉 기본적인 제작의 방향면에서 아이들이 천리만리 도망가게 만들 수 있는, 설교조의 요소들을 적절하게 뽑아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일종의 일탈이 지나쳐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결국 이번 책은 일본.미국 등 '교과서 1권 체제' 와 달리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대안교과서와 발맞추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단 삽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어쨌거나 이 책은 중학교 1년생 외에도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2, 3년생 등이 읽어내기에도 큰 부담이 없을 듯 보인다.

중학교 2, 3년생을 위한 국어교과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종류의 대안교과서들이 보다 다양하게 나와 독서 시장에서 각개약진한다면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의 교육효과는 확실히 좋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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