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2여+α' 냐 민심잡기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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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DJP+α(민국당)냐' 아니면 '국정신뢰 높이기 쪽이냐' .

이달 말로 예고된 개각의 성격을 놓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고심을 하고 있다" 고 22일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金대통령은 정국 주도권 강화를 위한 공세적 성격의 개각을 할 작정이었으나, 의보재정 위기로 드러난 국정난맥을 쇄신하는 쪽도 고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외교안보팀 재정비 설왕설래=민주당 관계자는 "민생 정책이 흔들리면 통치의 부담이 된다는 게 의료사태 교훈" 이라며 "장관 인선 때 정치적 고려가 많았던 환경.건설교통.해양수산부를 바라보는 金대통령의 시각이 바뀌었다" 고 전했다.

더구나 임기 후반기에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제대로 관료들을 장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외교통상부장관 물망에 오르는 한승수(韓昇洙.민국당)의원을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민국당 포섭과 주미 대사 경력으로 韓의원이 거론되나 YS정권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그의 행태로 미뤄 전문 외교관들을 장악해 외교환경 격변기에 대처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보고도 청와대에 올라갔다" 고 말했다.

외교.안보팀의 재정비 문제는 유임이 확실한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의 의견을 金대통령이 중시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이 21일 金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불참한 것을 놓고 외교팀 정비문제와 연관해 여러 관측이 나온다.

루마니아 외무장관 면담 일정 탓에 반기문(潘基文)차관이 대리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 주변에선 "장관의 청와대 국무회의 불참은 이례적" 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23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가 뒤로 미뤄진 국방부의 관리들은 긴장하고 있다.

◇ 정치인 입각론=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는 '책임정치를 위한 정치인 입각론' 을 내세운다.

전문성을 어느 정도 갖춘 정치인이 관료 장악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원길(金元吉.민주당)의원을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그런 측면을 고려했다는 것.

당에서는 최인기(崔仁基)행정자치부장관이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는 것으로 방향이 잡히면 후임을 민주당 의원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자민련의 몫을 놓고 金대통령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 출신인 한갑수(韓甲洙)농림.신국환(辛國煥)산업자원부 장관은 임명된 지 7개월여다. 이들을 다시 정치인으로 바꾸면 '단명(短命)과 나눠먹기 비판' 이 나올 게 뻔하지만 자민련의 추가 입각 요구를 외면하기도 곤란한 처지라고 청와대측은 전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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