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덜 난 의보재정 의약분업이 주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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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의약분업이 건강보험(의료보험)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http://www.mohw.go.kr)가 16일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 및 요양 급여 변화 추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발생하는 4조원의 건강보험 재정 적자 중 3조7천4백50억원이 의약분업으로 인한 추가 지출로 생기는 적자임이 드러났다.

보험 수가 인상분(1조8천2백억원), 고가약 처방 증가분(7천억원), 병.의원 외래환자수 증가분(6천8백억원), 본인부담금 조정분(5천4백50억원) 등 의약분업과 관련있는 부분들이 주요 적자 요인이다.

복지부는 올해 건강보험 재정 수입을 10조3천8백17억원(전년 대비 14% 증가), 지출을 14조3천5백31억원(전년 대비 42% 증가)으로 추산했다.

올해 예상 적자액 3조9천7백14억원은 지난해의 네배 규모다. 당초 정부가 의약분업 전에 추계한 추가 소요재정(1조5천억원)의 2.6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조합의 적립금 9천1백89억원(지역보험 3백64억원, 직장보험 8천8백25억원)을 다 써도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올해 말까지 3조5백25억원의 자금이 부족하게 된다.

지난 14일 현재 건강보험공단에는 6천7백40억원(지역 1천28억원.직장 5천7백12억원)만 남아있을 뿐이다.

복지부는 재정 안정화 대책을 시행하고 지역의보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전액 2분기에 배정받더라도 직장의보는 5월, 지역의료보험은 7월에 재정이 고갈된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늦어도 7월 안에 보험료 20% 가량 인상과 국고 지원금의 증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항생제가 증가하는 등 의약분업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외래진료 처방당 0.89개의 항생제를 처방해 그 해 5월 0.9개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9월(0.8개) 이후 매월 늘고 있다.

약값 중 고가약의 비율도 지난해 5월 42.9%였으나 12월에는 58.9%로 증가했다. 같은 성분의 주사제와 알약을 함께 처방하는 비율이 16.8%에 달했다.

주사제 처방률은 지난해 1월 55%에서 11월 48%로 떨어졌다. 한편 의약분업 후(지난해 12월)의 약국 환자수는 분업 전(지난해 5월)에 비해 2.8배, 동네의원 환자수는 19.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박태균.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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