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정책 둘러싼 파워 게임 그린 '…그린스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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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이른바 '경제대통령' 이다. 그의 결정에 따라 경제성장이 촉진되거나 둔화되고, 금리와 물가도 움직이게 돼 사실상 미국 경제의 방향타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신간은 약칭 '연준(Fed)' 으로 불리는 이 기관에 그린스펀이 의장으로 취임한 1987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경제상황에 따른 그의 대처과정(inside story)을 묘사한다. 신간의 저자 베크너는 대학시절 그린스펀에 매료됐고, 기자로서 21년간 그를 취재해 책으로까지 내게 됐다.

그는 "미국이 지금 저물가.저실업의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은 '연준' 의 오래고도 힘든 싸움의 결과" 라면서 "주택대출금리가 1981년 16.5%에서 현재 7%대로 떨어진 것은 '연준' 의 업적이며, 더구나 대규모의 연방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된 것은 경이로운 일" 이라고 말한다.

그린스펀이 레이건 이후 대통령이 3번이나 바뀌도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배경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는 동일한 경제상황에 대한 행정부.의회, 그리고 '연준' 의 각각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간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파워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한 그린스펀의 전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경제전문기자가 쓴 미국경제의 최근세사로도 읽힌다.

물가급등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행정부나 '연준' 모두 동의하지만,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 행정부의 입김을 '연준' 이 막아내는 과정도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벼랑에서의 탈출(Back from the Brink)' 이라는 원제목에서 시사하듯이, 저자는 "그린스펀 재임기간 중에 미국 경제가 얼마나 벼랑 끝 가까이 갔었는지를 알아야 하고, 미국은 금융정책을 수행하는 그리스펀이라는 '기사(騎士)' 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고 말한다.

저자 메시지는 분명하다.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나 금융정책을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 원칙은 그린스펀 이후에도 계속 지켜져야 한다. "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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