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파국이냐, 협상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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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의 노조가 8~9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함에 따라 파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회사의 노조는 8일 오전 5시30분 광주(1814명)·곡성(1715명)·평택(38명) 공장 조합원 3567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조합원들은 공장 별로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투표했다. 투표는 9일 오후 11시까지 진행돼 결과는 10일 오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투표 결과에 따라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투쟁 일정 등을 논의한다.

노조 측은 2일 협상에서 기본급 10% 삭감과 상여금 100% 반납을 주 내용으로 하는 최종 협상안이 거부당하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노조원들은 ‘조합원 행동지침’에 따라 출·퇴근 시간과 근무 시간을 지키는 준법투쟁을 하고 있다.

노조 상무집행위원 20여 명은 8일 밤샘 농성을 시작하고, 수석부위원장은 이날부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황경순 노조 사무국장은 “노조의 양보 안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해고 통보를 강행했다”며 “이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교섭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다른 조합원은 “정리해고 대상자 수가 많은 데다 회사가 제시한대로라면 연봉이 44%나 줄기 때문에 앞으로 투쟁 강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채권단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앞두고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구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며 “파업이 강행될 경우 자력 생존에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사는 언제든지 협상에 응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 참여율은 보통 95% 수준이었고, 찬성률은 70%가 넘었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벌였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회사 측의 안을 상당부분 수용해 내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금호그룹 채권단은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협력업체 결제 자금 28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에 대해선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1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집행할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광주지방노동청의 최영근 근로개선지도1과장은 “조합원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의견이 조금씩 달라 파업 찬반 투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며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노사 양쪽에 대해 당장 대화에 나서라고 설득 중이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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