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과연 못만났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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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는 만나지 못했다. 방북 전부터 특사설이 불거져 조심했다."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은 방북 중 북한측 인사와의 회담에서 金위원장의 답방문제는 의제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화관광 분야의 논의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金장관은 평양과 개성을 돌아보고 강능수(姜能洙)문화상과 송호경(宋虎景)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과 만나 모두 일곱 차례 회담했다. 특히 초청자인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은 바쁜 일이 있다며 나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남북 장관급회담의 무산에 따라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을 의식해서인지 金장관은 평양과 개성에서 찍은 사진 14장을 김포공항 회견장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닷새간의 평양체류 기간 중 그의 행적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 가운데 북측 宋부위원장이 金장관에게 "금강산 관광 대가 지불문제와 관련, 정부(남측)가 나서주기 바란다" 고 말했다는 대목은 눈길을 끈다. 金장관은 "정부는 불개입 원칙" 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지만 단순한 문화.관광논의를 넘어 남북간 민감한 현안 중의 하나인 금강산 관광사업 등 현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굳이 5차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급작스레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장관급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북한측에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상반기 중 답방 성사' 를 추진해온 정부의 태도로 볼 때 모종의 막후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얘기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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