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악몽' 세계증시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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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첨단기술주들의 집합소인 미 나스닥증시의 주가지수가 12일(현지시간) 2, 000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전세계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도 13일 16년 만에 12, 000엔 아래로 주저앉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미.일 증시 붕괴가 유럽 및 아시아로 번질 경우 최근 세계적인 경기 둔화추세와 맞물려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날개없이 추락하는 나스닥〓12일 나스닥시장의 폭락 장세는 1987년 10월 19일(블랙 먼데이)과 지난해 4월 14일에 비교된다. 지난해 4월 14일 나스닥시장은 첨단기술주에 대한 거품론이 일면서 무려 3백55.49포인트(9.7%)나 폭락했었다.

12일 나스닥 지수는 시스코시스템스.에릭슨 등 첨단기업들의 수익악화 전망으로 맥없이 2, 000선이 무너졌다.

특히 세계 최대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지난 주말 매출감소로 8천여명을 감원키로 발표한 데다 UBS워버그 등 유력 투자회사들이 잇따라 수익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8.8%나 떨어져 18.81달러로 밀렸다. 투자자들은 최근 야후.인텔 등에 이어 시스코마저 향후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나타나자 첨단기술주 투매에 나섰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가 이날 영국 BBC방송과의 대담에서 "인터넷 관련주식 매수를 피할 것을 권고한다" 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아마존닷컴은 물론 인터넷주는 전반적으로 투자위험이 너무 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의 시장변동성이 진정될 때까지 멀리 하는 것이 좋을 것" 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도 투자심리 위축으로 제너럴일렉트릭.3M 등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사상 다섯번째 낙폭(-4백36.3포인트)을 기록한 결과 10, 208.25로 마감했다.

◇ 유럽.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뉴욕 증시의 충격은 영국.독일.일본.홍콩 등 주요국 증시를 흔들었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와 은행 부실로 금융위기설까지 나도는 일본의 닛케이 주가가 3백51.67엔 떨어진 11, 819.70엔으로 추락, 불안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나스닥이 계속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국내 정치불안.구조개혁 등의 과제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추가 폭락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유럽 시장은 12일 장 마감 무렵에 나스닥 폭락소식이 전해지면서 텔레콤.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파리의 CAC 지수가 2.4% 떨어졌으며 프랑크푸르트 증시도 2.5% 하락했다.

◇ 향후 전망〓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미국 경기 둔화, 기업수익 감소, 일본의 금융위기설과 같은 악재가 어우러져 당분간 시장을 짓누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가의 한 분석가는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수익 악화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는 데도 투자자들의 심리적 동요가 폭락장세를 이끌었다" 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투자심리 위축현상이 계속될 경우 나스닥이 1, 500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 해도 나스닥이 단기간에 2, 500선까지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프루덴셜증권의 투자전략가인 래리 와크텔은 "투자자들이 경기전망이 어두운 지금 주식을 살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전했다.

김준술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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