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지 클루니 주연 ‘인 디 에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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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혼자 가는 걸까, 같이 가는 걸까. 아니면 같이 가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혼자인 여행일까.

‘인 디 에어’는 인생은 결코 혼자 걸어가는 여행길이 아님을 곱씹게 하는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인 디 에어’(11일 개봉)의 주인공은 ‘인간은 모두 혼자 죽는다’는 사실을 열두 살 때 깨우친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이다. 그의 업무는 해고통보 대행. 정리해고가 필요한 회사가 있으면 경영자를 대신해 당사자에게 해고 소식을 전한다. 1년 중 322일을 출장 다닌다.

라이언은 짐 싸는 데 선수다. 공항검색대를 빨리 통과하는 노하우도 일찌감치 터득했다. 출장이 잦으니 가족과 소원하고 결혼은 꿈꿔 본 적도 없다. 강연전문가로도 명성을 날리는 그는 청중에게 항상 “당신의 배낭(인생)에는 무엇이 들어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배낭은 가벼울수록 좋다”는 게 이 쿨하기 짝이 없는 남자의 결론이다.

영화가 하고 싶은 얘기가 대충 짐작된다. 배낭은 가벼울수록 좋은 게 아니라, 배낭에 뭔가를 채운 뒤 그걸 짊어지고 가는 게 삶이라는 얘기일 거다. 용모만큼이나 인생관도 말쑥한 이 남자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 남자의 인생관을 별나게 만드는 데 한몫 했던 여행이라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각종 마일리지 카드 모으기, 여행가방 고르기 등 여행과 관련된 자잘한 세부묘사는 세련되고 위트 있는 이 영화만의 매력이다.

라이언은 코넬대를 갓 졸업한 신입 나탈리(안나 켄드릭)와 동반출장을 떠난다. 나탈리가 제안한 인터넷 해고통보시스템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출장은 순탄치 않다. 동생 커플의 결혼식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질 않나, 자신만큼이나 쿨해 천생연분이다 싶었던 알렉스(베라 파미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는 일도 일어난다. 지금껏 ‘자유일정 나 홀로 여행’을 다녔다면, 이번에는 ‘패키지 단체여행’쯤 될까. 이 모든 게 남자를 변화시킨다.

집도 절도 없는 외로운 남자, 그러면서도 자기가 외롭다는 걸 몰랐던 남자를 연기한 조지 클루니(49). 그를 ‘잘생긴 유전자를 타고났지만 다소 느끼한 배우’쯤으로 생각했다면 ‘인 디 에어’는 그런 선입견을 ‘중후한 매력의 연기파 배우’로 바꿔줄 만하다. 오늘 결과가 나올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가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영화에 나오는 해직자 인터뷰 영상은 대부분 디트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의 실제 인물들이 출연한 것이다. “잘릴 때 회사에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해달라”는 게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주문이었다.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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