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8연패 악연 끊은 삼성 김진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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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늘 승리로 그간 불운을 모두 날려버렸으면 좋겠어요."

프로야구 삼성의 투수 김진웅(24.사진)은 지난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담담하려고 애썼지만, 상기된 얼굴은 흥분을 다 감추지 못한 채였다. 김진웅은 6이닝 동안 막강 현대 타선을 5안타 3실점으로 막아내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1무1패 뒤에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소중한 승리였다.

프로 7년차인 김진웅은 유독 포스트시즌(PS)과는 인연이 없었다. 데뷔 이듬해이던 1999년부터 3년 내리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고, 2002년 부상으로 부진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다시 2년 연속 9승을 거뒀다. 그러나 김진웅의 '가을잔치' 성적표는 지난 23일까지도 '0승'이었다. 입단 이후에만 삼성이 PS에 진출한 것이 모두 여섯차례나 됐기에 더욱 어처구니없는 성적이었다.

포스트 시즌 악연이 시작된 것은 데뷔 첫 해였던 98년 LG와의 플레이오프(PO) 홈 2차전. 구원등판한 김진웅은 6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 5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프로무대 경험이 부족한 탓이었다. 그러나 이때 입은 상처가 너무 깊었던 것일까. 이후로도 14경기에서 등판했지만 7패만을 짊어졌다. 방어율도 99년 롯데와의 PO에서는 13.50을,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무려 16.88을 기록했다. 큰 경기에만 나오면 맥을 못 추는 모습 때문에 '새가슴'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이런 김진웅이기에 24일 현대전에서는 이를 악물고 던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도 2회까지 3점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3회에 세 명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안정을 되찾은 뒤 선발투수로서의 몫을 훌륭히 해내고 7회에 물러났다.

"초반 부진에도 믿고 계속 던지게 해준 코칭 스태프에 감사 드린다"는 김진웅은 "이번 한국시리즈에 한번 더 등판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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