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간지 회견서 NMD 참여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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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이 강행하는 국가미사일방위(NMD)계획에 대해 그동안 유럽국가들과 더불어 간접적인 반대입장을 보이던 독일이 최근 적극적인 참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독일의 이같은 방향 선회는 러시아와 서유럽을 축으로 한 반(反)NMD연대의 첫 이탈로 외교가에 새로운 파장을 불러올 조짐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7일 독일이 미국의 NMD 계획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지난해 NMD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안보를 '이분(二分)' 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으며 지난달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 석상에서는 "NMD를 추진하기에 앞서 유럽과 충분히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며 NMD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나타냈었다.

이날 슈뢰더 총리는 독일 자르브뤼커 차이퉁지와의 회견에서 독일이 미국의 NMD계획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꼭 NMD에 참여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또한 참여할 능력이 된다면 독일은(불참함으로써)고립돼서는 안될 것" 이라고 대답해 NMD참여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슈뢰더 총리는 또 미국이 NMD와 관련해 러시아 및 중국과 협의를 갖고 있는 것이 외교적인 겉치레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 미국은 진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 면서 부시 행정부의 NMD강행 입장을 두둔했다.

그는 또 회견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독일이 미사일 방어 기술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독일 dpa통신은 "슈뢰더 총리가 NMD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미사일 방어 체제 개발 과정에서 얻게 될 기술 이전 등 경제적 이익과 관련이 있다" 고 보도했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는 공동여당인 녹색당 등의 NMD에 대한 거센 반대여론을 고려해 "NMD에 필요한 기술과 자금조성 등 아직 구체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서두를 필요는 없다" 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의 한 외교분석가는 슈뢰더 정부의 방향 선회와 관련해 "세계적인 각종 현안에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자 관계를 강조해왔던 슈뢰더 총리가 NMD문제로 미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일 것" 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슈뢰더 총리는 오는 29일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 NMD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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