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건물] 역삼동 한국중공업 사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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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강남대로와 역삼로가 만나는 강남구 역삼동 네거리에 둥근 외관을 한 빌딩이 서있다. 멀리서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1998년 완공된 한국중공업 사옥.

세 면이 도로에 접한 동서로 길쭉한 부지에 맞춰 빌딩 형태도 비대칭형의 완만한 곡선과 원통형 실린더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저층과 고층, 실린더 부분 등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르게 디자인된 창과 흰색 알루미늄 시트.녹색 유리는 이 건물을 표정이 풍부한 모습으로 꾸며주고 있다.

한국중공업 사옥은 92년 원래 건축주였던 동부건설이 국제 현상설계를 통해 미국 KPF사의 설계안을 채택했다. 국내에서는 범건축이 참여했다.

이 건물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건설 전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CM(Construction Management)방식에 따라 지어졌다. 건축에 관여했던 동부건설 심재호 부장은 "기본설계에서부터 완공까지 구조.기계.전기.설비.조명 등 전분야에 걸쳐 국내외 컨설턴트들이 협력했다" 고 말했다.

이 빌딩은 처음에는 백화점과 사무실 등 복합 용도로 계획됐으나 지금은 주로 업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길 모퉁이 부분에 위치한 실린더를 중심으로 지하층의 성큰가든과 1층 주출입구 부분의 로턴다(둥근 형태의 로비)는 특히 인상적인 부분. 두개층 높이의 돔 형태 금색 천장을 가진 로툰다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숭실대 이상진(건축학부)교수는 "부지의 특성을 살린 곡선 형태 채택은 바람직한 시도로 평가되지만 인텔리전트 빌딩 기능에 비해 조형성이 다소 지나치다" 고 평했다.

하지만 건물 꼭대기의 금속 차양이 밤에 조명을 받으면 특이한 조형성이 특히 강조되면서 강남대로의 뚜렷한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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