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크낙새가 사라진 지 1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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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광릉숲 크낙새야, 제발

너무 꼭꼭 숨지마라.

붉은 머리카락 좀 보자.

사라진 지 11년. 긴 세월에

네 모습마저 가물거린다.

이름조차 희미해진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지났건만

소식 한번 없구나.

신문사.방송사 카메라

국민의 애정어린 시선

모두 너를 기다린다.

네 이웃인 까막딱따구리는

벌써 떼로 몰려와

널 마중한 지 오래다.

목소리와 모습이 같은

모형 크낙새들이

목을 빼고 숲에서 기다린다.

녹음된 네 목소리

합성수지로 본뜬 모형

위안거리에 불과하구나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광릉숲의 상징이자

멸종위기 생물의 대표.

크낙새야

너와 더불어 살기를

간절히 원한다.

네가 돌아와 준다면

우리의 막힌 가슴이

탁 트일 텐데.

함께 누리지 못한

과거를 뉘우치고

이제는 숲을 되살려놨단다.

이제는 안단다.

네가 살 수 없는 지구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걸.

광릉숲.대한민국.지구촌

모두 생물이 공존하며

아름답게 지내보자꾸나.

*광릉 국립수목원의 상징 크낙새가 사라진 지 11년이 됐다. 수목원 측은 크낙새가 만일 주변에 숨어 있을 경우 돌아오도록 유인하고 탐방객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최근 크낙새 모형 일곱개를 나무에 설치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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