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기석 소방관 아내 남편 영전에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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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숨진 소방관 김기석(金紀石.42)씨의 아내 조복수(趙福壽.40.경기도 고양시 일산)씨는 영결식이 있던 6일 남편의 영전에 마지막 편지를 바쳤다.

'알뜰살뜰하게 열심히 살아줘 고마웠어요.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끝까지 우리를 보살펴주세요. 살아서 숨쉬는 날까지 빛누리.여름이 아빠를 의지하며 살아갈게요' .

편지는 '다음 세상에선 좋은 집에서 태어나 하고 싶은 공부 많이 하고, 하고 싶은 일 많이 하면서 행복하세요' 라는 작별의 말로 끝났다.

趙씨는 문학을 좋아했던 金씨가 생전에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놀아줄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쪽지를 자주 남겼다고 했다.

"출근하고 나서 '화장대 위의 카드를 읽었느냐' 고 전화하곤 했어요. 아이들과 제게 쓴 카드를 나란히 놓고 출근했더라고요. "

趙씨는 金씨가 최근 가족에게 이런 말도 했다고 전했다. "얼마 전 갑자기 보험을 하나 더 들자고 했어요. '나야 사명감으로 항상 각오하고 일을 하지만,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가족들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면서요. "

趙씨는 그런 남편의 얼굴이 생생히 떠오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렇게 고생만 하다가 일찍 갔지만 그래도 저는 이 사람과 함께 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살아있을 때 이런 얘기를 해줬어야 하는 건데…. "

한편 金씨는 지난달 11일 대학 후배에게도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내 한 목숨을 선선히 내던질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는 e-메일을 보냈다. 죽음을 예견한 것이었을까.

성시윤.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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