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주주에 배당 어떻게 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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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즘 신문 경제면을 보면 '배당' 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지요. 이맘때면 개별 기업의 주인(주주)들이 모여 지난 한해의 장사를 결산하고 배당을 정하는 주주총회를 열기 때문이죠.

배당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밑천을 낸 사람에게 그 이익을 몫몫이 나누어 줌' 이라고 돼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배당이란 기업에 밑천을 낸 사람(주주)에게 그 이익을 나눠주는 일이지요.

철수가 '달콤제과' 란 회사의 주식 5백주를 사 이 회사의 주주가 됐다고 합시다. 달콤제과는 3월 중순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장사를 잘했다며 25%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면 철수는 '한주당 액면가 5천원×0. 25×5백주' 로 계산, 달콤제과에서 62만5천원을 받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이달 중순께로 주주총회가 예정된 코리아나화장품은 36%의 현금배당을 계획하고 있답니다. 12월말에 결산하는 증권거래소 상장법인 중 배당을 하는 곳은 전체의 70% 안팎인데, 이들 기업의 배당률이 대부분 10%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코리아나의 배당률은 높은 수준이지요. 이 회사는 지난 5년간 평균 22% 성장해 이익이 많이 났습니다.

배당이란 일반적으로 주식을 처음 발행할 때 쓰여 있는 금액, 즉 액면가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의 금액을 나눠주는 것입니다. 코리아나 주식은 코스닥에 올라가 있고 액면가가 5백원이니 주주들은 이번에 소유한 주식 한주 당 1백80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배당을 얼마나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할 사항입니다.

배당은 꼭 주식의 액면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시장의 현 시세를 기준으로 배당을 하기도 합니다.

달콤제과의 주식 시세가 한주당 1만2천이라고 해요. 주식 시세기준으로 25%의 배당을 한다면 철수는 '한주당 시세 1만2천원×0. 25×5백주' 로 계산해 1백50만원을 받을 수 있지요. 현금 액면가를 기준으로 한 배당의 배 이상을 받는 셈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주식시세를 기준으로 배당을 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미국 등 외국에서나 있는 얘기지요.

액면가 5천원인 주식을 시세가 10만원으로 올랐을 때 샀는데 액면가를 기준으로 배당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투자자를 끌어모으려면 시세를 기준으로 배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답니다.

이같은 여론 때문에 지난달 포항제철은 1년간 벌어들인 이익 중 일정 비율로 배당금 규모를 정하는 '이익연동 정률배당' 이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배당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하기도 합니다. 현금으로 배당을 하는 경우를 '현금배당' 이라 하듯, 주식으로 배당을 하면 '주식배당' 이라고 부르지요.

이렇게 배당의 형태와 규모를 결정해 주주들에게 나눠주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먼저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 등 한햇동안 회사를 잘 꾸려왔는지에 대한 회계장부를 만들어 영업결산을 합니다. 이를 공인회계사가 있는 회계법인에 보여주고 장부를 제대로 만들었는지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어 주주들에게 나눠줄 이익(배당)이 얼마나 가능한지 그 최고 한도를 계산합니다. 장사를 잘못해 이익을 못남겼다면 당연히 나눠줄 돈이 없겠지요.

이사회에서는 이처럼 배당 형태와 규모를 잠정 결정하고 이를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 올려 승인을 받습니다.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배당을 금융기관 등을 통해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배당을 많이 한다고 꼭 주주들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달콤제과의 주식을 산 철수의 입장에서 배당이 많을 수록 좋겠지요. 하지만 꼼꼼히 따져 보면 그게 철수와 달콤제과 모두에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랍니다.

기업 형편에 지나치게 배당을 하고 나면 기업으로서는 살림을 꾸릴 돈이 그만큼 줄어들지 않겠어요.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다고 표현하지요. 회사를 꾸려갈 돈이 넉넉하지 못하면 새로운 사업이나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사업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주가가 떨어지게 되고 주주가 손해를 보는 겁니다.

빌 게이츠가 회장을 맡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를 시작한 이래 주주에게 한푼도 배당하지 않는 '무배당원칙' 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주주에게 배당할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주식가치를 높이고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겠다는 것이지요.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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