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수로 이대로 건설하면 사업자체 위태로워질 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경수로 건설에 전제되는 사찰문제 등의 해결없이 건설 자체만이 앞서가고 있다. 이러다간 경수로 사업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

1989년부터 93년까지 당시 딕 체니 국방장관(현 부통령) 아래에서 핵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 헨리 소콜스키 미 핵비확산교육센터 소장과 픽토르 길린스키(사진) 고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수로 사업에 대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2일 미 대사관 공보참사관저에서 있은 이들의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다.

◇ 기술적 문제=경수로는 비상사태를 대비한 외부전력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데 북한에는 이것이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국제기준에 따르면 발전 용량보다 최소 열배 이상 되는 외부 발전 용량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경수로가 건설돼도 시스템이 지원하지 못해 핵물질을 냉각하지 못하고 녹아 내리게 만든다. 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 폭발사고 같은 것이 발생할 수 있다.

◇ 북한 비협조문제=9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경수로를 사찰하는 데 2년이 걸렸다. 전폭적 협조를 받았는데도 그랬다.

또 사찰을 하려면 현장을 살펴보고 실험자재를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도 2년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에 대해 핵 관련 시설 및 기록을 공개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 미 국내법 문제=미 국내법은 핵 관련 부품을 외국에 판매할 때 당사국간에 사용허가 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나라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지 않고 IAEA의 안전협정 위반이 없었음이 증명돼야 한다.

거기에 미국 대통령이 해당 나라가 비밀리에 핵무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부품이 해당되지는 않지만 미국이 제공하는 주요 부품에 대해서는 이것이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IAEA의 투명한 사찰을 받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문제=경수로에서도 무기급 플루토늄이 생산되는 것은 분명하다.

당초는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을 하지 못하게 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경수로를 통해 오히려 두배 이상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게 만들었다. 무기를 만들려면 재처리 시설을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하지만 이는 북한의 기술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안성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