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힐러리 부부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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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말 뉴욕의 아폴로 극장에선 에이즈 기금 마련을 위한 공연이 있었다. 이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객석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그에게 반갑게 인사하거나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극장측은 단 한차례 그가 왔음을 알렸다. 클린턴은 옆좌석에 앉은 하원의원 한명과 또 다른 여가수와만 이따금씩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보다 한달 전인 지난 1월 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극장측은 클린턴이 참석했다는 사실을 호들갑스럽게 여러 차례 방송했다. 클린턴 역시 악수와 사인을 요청하는 청중 때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뉴욕 타임스는 1일 불과 한달 사이에 완전히 달라진 클린턴의 처지를 이 두 공연장의 모습을 비교하며 보도했다. 백악관에서 개인적으로 선물을 가지고 나와 구설에 오르고 최근엔 로비를 받고 범죄자를 특별 사면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바람에 클린턴이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클린턴이 뉴욕 차파쿠아에 있는 방 11개짜리 집에서 쓸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측근들의 발길은 뚝 끊겼고 상원의원 힐러리는 워싱턴에 머물면서 "당신 때문에 내 명성도 금이 갔다" 고 남편을 원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측근들은 "더 늦기 전에 직접 해명하라" 고 충고하고 있지만 클린턴은 "공화당원들이 나를 이 꼴로 만들었다" "나에게는 이제 매일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없고 그럴 장소도 없다" 며 의기소침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뉴욕의 주간지 옵서버는 지난달 28일 1면 사설을 통해 "사면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거짓으로 일관했다" 며 힐러리에게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 신문은 "교활한 힐러리" 라는 표현까지 썼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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