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성과급 왜 시끄럽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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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공무원 성과상여금제가 파행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제도 자체가 공무원들을 납득시킬 정도의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취지지만 지급대상이 전체 공무원의 70%나 돼 공무원들은 실질적인 보수 개선 장치로 인식하고 있다. 당연히 나머지 30%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 실태〓아직까지 평가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지급을 다음달로 미룬 서울시는 27일 과장단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제도 자체가 공직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과 함께 수혜자 목록을 전산화해 시차를 두고 나눠먹기식으로 운영하자는 의견 등 각종 고육책이 제기됐다.

대다수의 자치단체는 대상자 선정작업에서 손을 놓은 채 눈치를 보고 있어 서울시의 평가모델 등을 참고해 자체 평가 기준을 만든 뒤 상여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28일까지 대부분 상여금을 지급하는 중앙부처들도 속을 들여다보면 거의 고육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행자부와 건교부가 사실상 연공서열순으로 대상자를 선정했고, 어느 기관은 형식만 차별지급이고 실제로는 전원에게 상여금이 돌아가도록 했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제도가 시행은 됐지만 아직도 합리적인 평가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 문제〓가장 큰 문제는 공무원 조직의 성격상 지급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무원 사회는 대 국민 서비스가 주업무인 까닭에 근무실적을 계량화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직장협의회가 지난 21~23일 1천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0명 중 8명꼴로 성과상여금 제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8.4%가 균등배분을, 15.1%는 제도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 대책〓국민대 김병준(金秉準.행정학과)교수는 "공무원들간에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진 평가지표를 개발한 뒤 성과상여금제를 실시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인센티브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대상자 비율 등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민간기업에서 속속 도입하고 있는 다면평가제 등 다양한 평가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지난 21일 상여금을 지급한 중앙인사위는 상급자와 동료.하급자가 점수를 매기는 다면평가방식으로 2년차 사무관 A씨에게 최고 점수를 줬다. 산업자원부의 인사담당자는 "3년 정도 시행하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평가수단이 생길 것" 이라며 "연공서열만 배제한다면 해볼 만한 제도" 라고 말했다.

차진용.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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