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D-29 인천신공항] 下. 동북아 '허브공항' 잠재력 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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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인천국제공항이 김포공항에 비해 승객이나 항공사 입장에서 번거로운 건 사실이다. 돈.시간 등 당장 '희생' 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는 '동북아 허브(Hub.중추)공항' 을 내세운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개발연구원 전일수(田一秀)박사는 "최근 세계경제 환경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심성과 중계성을 부각시킬 수 있게 변하고 있다" 고 말한다.

그는 나아가 "이런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동북아에서 사람.화물.정보교류의 중심국가가 되는 게 21세기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적 과제" 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이 당초 계획대로 동북아 중추공항으로 부상하지 못할 경우 국가적 손실은 상당하다. 건설 빚 4조원을 공항사용료만으로는 갚을 길이 없고, 김포공항 유휴비용까지 있다. 수지가 안맞으면 추가 인프라(시설)는 꿈도 못꾸고 불편만 안겨주는 공항으로 남게된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에 국가 미래의 상당부분이 달렸다는 개념으로 정부가 나서서 종합적인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동북아 경쟁공항들도 인천국제공항의 잠재력을 내심 겁내고 있다고 한다.

◇ 허브공항 될까〓만만치는 않다. 주변에 일본의 간사이(關西).나리타(成田), 중국의 푸둥, 싱가포르의 창이, 홍콩의 첵랍콕,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 공항 등 경쟁공항이 많고 저마다 항공사.승객 유치에 열을 올린다. 이 공항들은 공통적으로 건설비용을 70%쯤 차입해 호화롭게 지었다. 대형 국제공항을 경제발전의 교두보.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정책이다. 공항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주변지역의 복합개발도 불러온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이 미주.유럽에 견줄 수 있는 큰 항공시장이고 성장 가능성도 가장 크다는 데 투자의 이유가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국제항공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비중이 1997년에 25%에서 2010년에는 42%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1차 경쟁대상은 일본.중국의 공항들이다.

그 중 일본 나리타공항은 도쿄(東京)에서 한시간이나 걸리는 열악한 위치에 검문.조사가 엄격하고, 갈아타기도 불편하다. 그런데도 항공사마다 비행 편수를 늘려달라고 아우성이고, 승객들은 꾸준히 이 공항에서 갈아탄다. 아시아의 금융.무역 중심지인 도쿄가 배후도시이기 때문이다.

간사이공항은 94년에 바다 한가운데에 건설된 공항이다. 나리타와 달리 24시간 내내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그러나 수요는 예상보다 적다. 공항 당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단계 건설을 서두른다. 실패작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공항을 확장하는 것이다.

철도.항만.연륙교 중심의 섬나라 일본은 나고야에 중부공항을 짓고 나리타공항 2단계 건설도 서두르고 있다. 새삼스레 공항에 눈을 뜬 것이다. 일본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본공항들은 약점도 있다. 노선망이 극동지역에 편중돼 있고, 유럽항로는 한국을 경유해야 한다.

중국 공항들도 복병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상하이(上海)푸둥공항을 개항했다. 국내선 2개사로 개항했으나 지금은 취항 항공사가 24개 증가하는 등 발전속도가 빠르다.

홍콩.싱가포르 공항들은 거리상 인천국제공항과 경쟁상대는 아니다. 홍콩 첵랍콕공항은 남중국 및 동남아 일원,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동아시아 일원 승객이 주고객이다. 게다가 두나라 공항 모두 대형 비행기가 북미까지 논스톱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에 있지 않다.

◇ 인천국제공항의 장단점〓인천국제공항은 경쟁공항에 비해 지리적 위치가 월등하게 좋다. 공항에서 두세 시간 거리 안에 인구 1백만명이 넘는 배후도시가 50여개나 있다.

만재한 대형기로 미국 뉴욕.마이애미까지 중간기착 없이 갈 수 있다. 수용능력.부지도 충분하고 터미널시설은 최고급이다. 소음에 따른 민원도 없다. 단지 준비가 덜 됐을 뿐이다. 접근로가 미흡하고, 빚이 많아 사용료를 올려야 하는 게 문제다.

남북한 대치상황에 따른 공역(空域)제한도 있으며 항공시장이 아직 완전개방이 안됐다. 가장 큰 약점은 출발이 늦었다는 점이다. 항공시장도 후발주자는 선발주자에 비해 그만큼의 불리함을 딛고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영종도〓음성직 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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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oins.com/cgi-bin/sl.cgi?seriescode=801&kind=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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