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성적 부풀리기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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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S고는 1999학년도에 졸업생 10명 중 2명꼴로 '수' 를 줬다. 그러나 2001학년도에는 10명 중 4명으로 늘었다. 전북 N고의 '수' 비율은 99학년도에 10명 가운데 4명꼴. 이 또한 2001학년도에는 7명꼴로 늘어났다.

고려대가 25일 밝힌 전국 고교의 학생부 성적 실태에 따르면 교육 당국의 수차례에 걸친 징계.제재에도 불구하고 성적 부풀리기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성적 부풀리기 3학년 때 집중〓조사 결과 학년별로는 1학년 때 '수' 를 매기는 경우(18%)보다 대학 진학이 시급해지는 3학년 때(27.6%)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다.

경북 K고는 2학년 때 전교생의 평균 평점(수 5점.우 4점.미 3점.양 2점.가 1점)은 3.4점이었으나 3학년에 가서는 4.2점으로 높아졌다. 평균적으로 '우' 이상 받았다는 얘기다. 이 학교 진학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한 결과로 수를 받았으며, 성적을 부풀리지 않았다" 고 해명했다.

◇ 학교별 내신성적 편차〓200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대학별 교과성적 반영 비율은 서울대가 50%(1단계), 연세대.고려대는 70%씩 적용하는 등 학생부 의존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지난해 수능에서 전교생 중 10~15%가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10% 안에 들었던 1백94개 고교 가운데 한 고교는 전교생의 50%에 '수' 를 부여한 반면 부산의 K고는 10%에만 줬다.

서울 B고의 한 교사는 "다른 학교는 문제를 쉽게 내는데 왜 우리만 어렵게 내느냐고 학부모가 항의하는 일이 많다" 고 말했다.

◇ 대책〓 '수' 를 주는 비율은 학교장 재량이다. 문제를 쉽게 출제하면 얼마든지 '수' 를 양산할 수 있게 돼 있다. 대학들은 이에 따라 입시 사정 때 평어(수우미양가) 사용을 기피한다.

실제로 2002학년도에 평어 대신 석차백분율을 적용하는 대학이 92개대로 전년의 74개대에서 크게 늘었다. 반면 평어를 반영하는 대학은 86개대로 전년 1백11개대에서 줄었다.

하지만 석차백분율로도 성적 부풀리기가 심한 고교에는 동점자가 많은 탓에 대학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능이 9등급으로 전환되는 마당에 내신을 석차백분율로 따질 경우 학교 성적 1~2등 차이로 합격.불합격이 갈리는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이에 따라 심층 면접.논술 등을 통해 학생부 성적의 진위를 파악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화여대 김영수(金英洙)입학관리처장은 "수시모집이 당장 문제" 라며 "석차와 평어를 병행하는 등 학생부 반영 방법을 정교화하고 심층 면접을 통해 부풀려진 자료를 걸러낼 계획" 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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