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폭설 헤치며 통일의 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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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앞으로는 통일된 조국 땅에서 맘껏 달리고 싶어요. "

폭설 속에 지난 24일 벌어진 금강산 단축마라톤대회(주최 현대아산.현대상선, 주관 여행춘추.런너스클럽닷컴)에 참가한 3백여명은 한결같이 완주의 기쁨보다 조국 분단의 아픔을 새삼 절감하는 듯했다.

중앙일보가 후원한 이번 대회에는 분단 이후 북한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로는 처음 남쪽 시민 3백36명이 참가했다.

폭설이 내린 가운데 개최된 대회는 '고난의 행군' 이었다. 23일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출발 즈음 70㎝ 가량 쌓여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뜻깊은 대회에 출전한 만큼 참가자들은 눈밭을 헤치며 최선을 다해 2백9명이나 완주했다.

마라톤대회를 강행하기에 코스 사정이 좋지 않아 24일 오전 9시30분 출발 예정시간보다 2시간쯤 늦은 오전 11시23분 눈바람 속을 뚫고 참가자들은 레이스를 시작했다.

영상 1도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 해금강 언저리 고성(장전)항을 떠난 참가자들은 약 3㎞ 지점인 온정리에서 갈라졌다.

'삼일포 마라톤 코스' 출전자들은 단풍관을 반환점으로 금강산 온천장을 돌아오는 26.5㎞를 달렸고 '금강산 건강 달리기 코스' 참가자들은 금강산 온천장까지 10.9㎞를 뛰었다. 결승점까지 비교적 평탄한 코스였지만 고성항에서 온정리까지 고갯길이 두곳이나 있어 눈길을 달리기에는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삼일포 마라톤 코스 남자부 우승은 진병환(44.공무원.서울 노원구 상계동)씨가 1시간35분27초로 차지했고, 여자부에서는 손연자(43.주부.경기도 성남시 분당)씨가 2시간6분29초로 1위로 골인했다. 금강산 건강 달리기 코스 남녀 우승은 김상규.허태련씨가 차지했다.

나머지 참가자들도 기록이나 완주 여부에 상관없이 북한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보람있다는 반응이었다.

마라톤대회에는 처음 참가한 이명현(39.변호사.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씨는 "눈속에서 발을 떼기가 힘들었지만 금강산 설경을 감상하면서 뛰어서인지 지치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웠다" 고 말했다.

금강산〓이철재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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