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발행 CLO, 시장서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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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목적으로 도입한 대출채권 담보부증권(CLO)이 시장금리 급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최초로 CLO를 발행한 신한.하나은행은 23일 시장에 매각할 예정이었던 CLO 발행금리가 최근 금리 급등으로 시중금리보다 낮아지면서 팔릴 가능성이 작아지자 23일 자체 인수했다.

CLO는 기업대출을 모아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을 통해 신용을 확보한 뒤 일반인들에게 파는 증권으로 기업 대출을 늘려 신용경색을 완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신한은행은 2천4백6억원 전량을 자체 인수했고 하나은행은 2천5백70억원의 발행물량 중 절반은 자체 인수, 나머지는 자회사인 하나증권을 통해 인수했다.

다만 국민은행은 금리 변동에 상관없이 확정금리로 기관투자가들에게 팔기로 미리 계약한 상태여서 2천5백억원 물량을 전부 주간사인 대우증권을 통해 소화했다.

신한.하나은행은 원래 AAA 등급 회사채의 22일 종가(연 6.64%)를 기준으로 발행금리를 정하려 했으나 신용보증기금과의 협상에서 밀려 20일 종가(연 6.42%)를 고집, 결국 6.57%로 발행하게 됐다. 그러나 20일부터 22일 사이 금리가 0.3~0.4%포인트 오르는 바람에 CLO 발행금리로는 일반 매각이 힘들게 되자 은행측에서 자체 인수하게 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20일 종가를 기준으로 CLO 발행금리를 정하면 시장금리인 6.8%대보다 훨씬 낮아 시장에서 소화될 가능성이 희박해 자체 인수가 불가피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CLO 매각이 차질을 빚은 것은 단기간에 금리가 워낙 급등했기 때문" 이라며 "CLO는 국가기관이 원리금을 전액 보장하는 채권으로 금리가 안정되면 안전한 투자수단으로 인기를 끌 것" 이라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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