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물위 송전선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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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수면 위로 지나는 고압 송전선로 설치공사를 놓고 사업시행자인 한전과 환경.사회단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형 철탑과 고압선이 설치되면 시화호를 비롯, 주변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 수려한 경관의 훼손이 불 보듯 뻔하다며 경기 남동부지역 10여개 환경.사회단체가 송전선로의 지중화(地中化) 설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전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많은 공사비가 추가되고 기술상 문제 등이 발생해 선로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송전선로 설치공사〓한전은 경기도 옹진군 영흥면 영흥화력발전소(공사 중.2004년 6월 완공 예정)에서 생산될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업자원부와 한전은 안산시 대부도~시흥시 신시흥변전소까지 38.25㎞ 구간에 송전선로(6백만㎾급)를 설치키로 한 것이다. 이 공사는 오는 4월 착공, 2003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 환경.시민단체 반발〓안산.시흥.화성지역 사회.환경단체와 주민들은 공사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송전선로 공사 저지운동에 돌입했다.

송전시설로 인해 철새도래지 등 생태계와 관광자원이 파괴되고 자연사박물관 건립 등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시민연대회의' 는 지난 22일 송전선로 공사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범시민 반대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 한전 입장〓한전은 시화호 수면 위 송전선로 공사계획을 철회하고 시화방조제를 이용한 지중화 공사로 변경해 달라는 환경단체.주민들의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전은 우선 공사비가 엄청나게 늘어날 뿐 아니라 선진국의 사례를 감안할 때 많은 시간이 허비되고 기술상 문제점도 겹친다고 지적했다. 한전 정상훈 송전과장은 "공사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며 "다만 시화호 등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송전탑을 세우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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