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단위 '인터넷 사랑방' 인기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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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번 겨울에 눈이 많이 왔는데 우리 고향은 피해 없는지요. 다음달 3일 고향에 내려 갑니다. ' (최종수)

'재현아 홈페이지 만드느라 수고 많았다. 우리 마을 최고다. 참 베트남출장은 잘 다녀왔냐. ' (김상규)

충남 천안시 성거읍 송남2리 남창(南創)마을 홈페이지(http://www.songnam.wo.to)게시판은 마을사람들과 출향인사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글로 가득하다.

▶효도관광 : 4월 29일 장소는 추후통보 ▶강만재씨 4남 명순 결혼(3월 4일 오후 1시, 안서동 축복웨딩홀) ▶전(前)이장 조세형씨 성거농협 이사 당선.

결혼.부음.승진.개업 등 이웃들의 애경사도 빠짐없이 실려 있다. 마을주민 소식은 이장 이재영(45)씨가 취합해 인터넷에 올리고 출향인사 소식은 남창마을 애향회 회원들이 듣는 즉시 올린다.

마을 단위 인터넷 사이트들이 그 지역과 향토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민들에게는 마을의 대소사를 알리고 논의하는 대화의 장이, 또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잊었던 친척.이웃들의 소식을 전하는 만남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내고향 홈페이지' 는 인터넷업체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서버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만들 수 있어 전국 각 지방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성거읍 남창마을의 경우 6년째 마을 이장을 맡아온 李씨의 제의로 서울의 한 무역회사서 전자상거래를 담당하고 있는 이 마을출신 류재현(37)씨가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이 마을에 초고속 통신망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가동됐다.

李씨는 "이제 마을에 컴퓨터 없는 집이 없다" 며 "주민들도 마을 홈페이지가 없으면 불편해서 못살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고 전했다.

전남 여수시 화양면 고향 홈페이지는 여천의 정유회사에서 근무하는 이 고장 출신의 박종길씨가 객지로 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한데 묶고 포근한 고향의 정서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개설했다.

문을 연 지 넉달만에 접속횟수가 1만건에 달하는 등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30년 만에 고향친구들을 만났다는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송재평(47)씨는 "이국 땅에서 고향과 이웃들의 소식을 접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는 내용의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경남 남해군 이동면 초음리 초음마을의 홈페이지(http://www.choum21.co.kr)를 비롯해 경남의 농촌지역에서도 10여개의 홈페이지가 최근 문을 열었다. 초음마을 홈페이지는 현욱동(玄旭東.50)이장이 한달 전 직접 만들었다.

홈페이지에는 '마을 현황' '마을행사' '마을을 빛낸 사람들' '마을노래' 등으로 나뉘어 마을사람들과 출향인사들의 다양한 소식들이 오려져 있다.  마을 현황에는 농로개설 역사부터 경로당과 마을회관이 지어진 과정도 담고 있다. 마을행사에는 월별로 예정돼 있는 연중행사를 실어뒀다.

3년전부터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玄이장은 "다른 곳에 사는 출향인사들에게 고향소식을 전하고 마을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다" 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남해〓김상진,

여수〓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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