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어치 전투기 구매 부정개입 사전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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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이 미 보잉 사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간의 면담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연초부터 F-X 사업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그러다 보면 부정이 개입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격화하는 F-X사업 경쟁〓 "F-15K의 우수한 성능과 한.미간 무기의 상호 운용성을 감안할 때 보잉사 제품에 경쟁력이 있다. "

지난달 11일 방한한 미국 본드 상원의원(미주리주)은 차기 전투기(F-X)사업과 관련, 조성태 국방부장관에게 이 전투기 구매를 '노골적' 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프랑스도 지난해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때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의 구매를 요청한 적이 있다. 라팔 제조사인 다소는 지난해 국방부 산하 연구소 등을 포함해 무기선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들을 프랑스의 현지 공장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수호이기를 사달라" 는 비공식 의견을 전달했다.

또다른 경쟁업체인 영국 등의 컨소시엄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로비를 시작하겠다" 며 벼르고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이 결국 계룡대의 3군총장 집무실까지 번진 것이다.

◇ 오해 살 일 하지 말라= "趙장관의 경위조사 지시는 3군 참모총장에게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말라는 경고" 라고 국방부의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趙장관은 이번 면담문제와 관련해 ▶총장들이 무기업자를 만날 수 있게 하면 모든 경쟁사 업자를 다 만나야 한다는 문제를 야기하며▶그 과정에서 오해를 살 소지와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크고▶경쟁도 과열될 수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는 경위조사에 무게가 놓여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배후 존재가 드러나면 이들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 F-X사업이란〓2008년까지 4조3천억원을 투입해 신형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오는 9월 기종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보잉(F-15K), 프랑스 다소(라팔),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유러파이터), 러시아 로스보루제니아(Su-35)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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