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넘치던 도요타 소극적으로 바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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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일본 도요타시 도요타자동차 본사 1층 기업홍보(IR) 회의실. 도요타를 찾아간 대신증권 김병국 연구위원이 질문했다.

“급가속 관련 리콜의 문제를 파악했습니까.”

“미국의 전문 검사기관에서 조사 중인데 아직까지는 전자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중간보고를 받았습니다.”(데즈카 다케시 IR 담당)

“부품 단가를 너무 낮추려다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김 연구위원)

“그렇지 않습니다. 무리한 납품 단가 인하 요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항상 부품사가 먼저 단가 인하를 제안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데즈카 IR 담당)

이날 면담은 2008년부터 매년 2월 말이면 하는 대신증권의 연례 방문이었다. 목적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어떤 실적을 올릴지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것. 김 연구위원은 “전에 도요타는 자신에 넘쳐 고압적이란 느낌까지 받았다”며 “올해는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교과서적인 답변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 전망 같은 것도 전에는 ‘도요타가 이렇게 보면 틀림없다’는 식으로 자신 있게 말하더니 이젠 자신들의 생각을 잘 밝히지 않을 정도로 소극적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리콜 사태가 도요타의 분위기를 확 바꿔 놓은 것이다. 올해 방문 요청과 수락은 리콜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말 이뤄졌다.

도요타는 대신증권과 만난 자리에서 리콜 사태로 인한 예상 손실 규모도 밝혔다. 2009년 10월~2010년 3월 사이의 손실이 무상수리비 1000억 엔, 판매 차질 700억~800억 엔 등 최대 1800억 엔(약 2조30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의 리콜로 인한 손실은 제외한 수치다. 이런 추가 손실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2010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실적 전망을 최근 상향 조정했다.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 11월 전망했던 18조 엔에서 18조5000억 엔으로, 당기순이익은 2000억 엔 적자에서 800억 엔 흑자로 수정했다. 리콜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일본 내수 판매가 급증한 덕이다. 2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도요타의 지난달 일본 내 판매는 14만6145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9% 증가했다. 리콜 사태로 잠시 주춤하던 판매가 에너지 고효율 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과 세금 감면 조치 덕에 다시 증가한 것이다.

도요타 IR 담당자들은 대신증권과의 면담에서 “향후 자동차 업계의 빅 3가 될 곳을 꼽는다면 도요타, 폴크스바겐과 현대·기아차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도요타는 그 이유를 “상대적으로 일본 차의 진출이 늦은 신흥시장을 현대·기아차가 발 빠르게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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