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응룡 감독 '잠이 안오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코끼리' 김응룡(삼성)감독이 안절부절못했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한화의 연습경기 2차전에서 삼성이 2 - 9로 대패했다. 지난 17일 1차전 3 - 4 패배에 이은 2연패다.

아무리 연습경기라지만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어지지 않는 셈이다. 더구나 상대는 올 시즌 최하위 전력으로 평가되는 한화이기에 충격은 적지 않다.

삼성은 이승엽.김기태 등이 빠졌으나 나름대로 주전들을 골고루 기용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활동했던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최고 수준으로 예상되던 살로몬 토레스는 1회초 5점이나 내주는 등 한화 타자들에게 난타당했다.

1번타자로 출전한 매니 마르티네스도 무기력하게 물러났고 마해영.박한이 등도 제 컨디션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 17일 연습경기에서 삼성은 내야 수비에서 실책을 연발하는 등 전체적인 짜임새가 불안했다.

김감독은 진노했다. 단순히 패배했다는 결과 때문이 아니라 경기 내용과 집중력이 부족했다는 질책을 쏟아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숨가쁜 훈련으로 선수들의 근성을 키우려는 김감독의 계획이 어긋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자 김감독은 최근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지난 18일에는 훈련 스케줄이 잘못됐다고 코치들에게 크게 호통쳤다.

한국시리즈를 아홉번이나 제패했던 김감독으로서는 삼성을 수년내 우승시키지 못한다면 야구인생에 큰 오점을 남길지 모른다.

그가 삼성에서 실패한다면 지금까지 해태에서의 우승은 '김감독의 작품' 이 아닌 선동열.이종범 등이 이룩한 '선수들의 작품' 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김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직 어떠한 예단도 성급하다. 그러나 '60대에 이른 김감독에게 잠못드는 애리조나의 밤은 길게만 느껴지고 있는 듯하다.

애리조나=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