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칼럼] 한국의 투자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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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이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으로 외국기업의 한국투자가 1998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 기업의 대한(對韓)투자는 2000년 10월 현재 1백억7천만달러로 전체의 16.3%를 차지, 미국의 1백69억8천만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조금씩 증가 추세가 꺽여 행정당국도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외국인 투자가 주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1월 하순 옴부즈맨 설립 1주년을 기념해 열린 외국 직접투자에 관한 토론회에 서울재팬클럽(SJC)대표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과 주한 미 상공회의소.주한유럽상의.SJC 대표가 외국 직접투자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사회자였던 옴부즈맨 김완순 박사의 "98년 이후 일본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투자대상국으로서 한국이 갖는 매력은 첫째 생산기지로서의 매력, 둘째 시장(마켓)으로서의 매력, 셋째 환경의 변화 등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으로는 ▶한국의 강점인 질 높은 노동력이 전 산업 분야에 존재하고▶인건비가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며▶정보통신.전기.가스.우송 등의 인프라가 정비돼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각종 투자우선제도(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등의 인센티브, 옴부즈맨 제도 등)의 시행▶기업구조조정 기금 등에 의한 중소기업 육성▶부산항을 시작으로 중국시장으로 최적의 접근체제 정비 등도 거론될 수 있다.

다음으로 시장으로서의 매력은 ▶IMF의 우등생으로 불릴 정도로 국내시장의 잠재된 성장력이 높다▶좁은 국토에 인구가 집중돼 있어 소비성향에 균일성이 있고 시장의 타깃을 세분화하기 쉽다▶외국 상표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다▶99년 6월에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해제돼 일본으로부터 수입제한이 없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더욱 큰 매력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 후 대일 감정의 큰 변화를 들 수 있다. 영화.음악.애니메이션 등 일본문화 개방에 의해 일본의 문화를 편견없이 받아들이려고 하는 미래지향적인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는 비즈니스를 펼치는 데도, 투자를 하는 데도 큰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

이상의 대답은 개인적 견해이면서 SJC의 견해이기도 하다. 필자는 IMF체제 이후 김대중 정권 아래 한국이 크게, 많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인에 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보다 많은 정보를 일본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 있어 한.일이 동등한 파트너로서 협력하고 리더십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金박사의 질문에 이런 보충설명도 덧붙였다.

"이처럼 매력있는 한국이지만, 지난해의 과격한 노동쟁의 활동은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롯데호텔이나 대우자동차의 노동쟁의가 신문이나 TV를 통해 보도되면 일본에서는 아직 '한국은 변하지 않았다' 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게다가 어떤 일본계 기업의 조합원이 일본 본사에까지 가서 직접 자신들의 주장을 호소하는 일이 생기니, 이는 다시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노동부 당국은 투자기업에 대해 한국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해 경영에 임하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보면 아쉽게도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행정지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것이 일본인 경영자가 본 가장 힘든 투자 애로사항이다."

한국을 사랑하는 한 애한파(愛韓派) 외국 기업인의 이같은 답변이 한국의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다카스기 노부야(한국후지제록스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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